매달 쉬지 않고 새로이 발매되는 ECM 레이블의 모든 앨범을 감상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직까지 CD로 재발매 되지 않고 있는 명연들이 있다는 것은 많은 ECM 마니아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 와중에 지난 2001년에 이어 이번에 그 두 번째로 몇 장의 앨범이 재발매 되었는데 먼저 트롬본 연주자 줄리안 프리스터의 앨범이 국내에 소개된다. 줄리안 프리스터는 전통적인 하드 밥부터 아방가르드 재즈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부채 살처럼 폭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인물이다. 이런 그가 197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녹음한 <Love Love>는 70년대가 아니면 맛볼 수 없었던 진귀한 음악적 희열의 순간을 제공한다. 총 5곡이지만 단 두 트랙으로 묶여 있는 앨범은 아주 긴 호흡으로 감상자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환상성의 기저에는 재즈뿐만 아니라 1960년대부터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인기를 얻고 있었던 사이키델릭 록이 자리잡고 있어 사운드의 생경함이 더하다. 시종일관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베이스와 드럼의 패턴 연주를 배경으로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몽환적인 키보드, 자유로운 플루트 연주는 분명 프리 재즈의 집단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이키델릭 록의 마취적 상태에 더 가깝다. 이 앨범이 그동안 재발매가 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사운드가 너무나도 70년대에 밀착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한편 이 앨범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맨프레드 아이허 제작에 얀 에릭 콩쇼그의 녹음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Love Love – Julian Priester (ECM 1974)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