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자 울프 와케니어스가 키스 자렛에 이어 또 다른 피아노 연주자의 음악을 연주한다. 그 대상은 바로 지난 6월 14일 44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에스뵤른 스벤슨이다. 에스뵤른 스벤슨은 자신의 트리오를 이끌며 다소 축축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연주와 점진적 상승으로 감상자를 몰아의 경지에 올려놓고 급강하하는 식의 연주를 즐겼다. 그래서 다른 연주자가 그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울프 와케니어스도 이를 느꼈는지 평소 그와 함께 하던 라스 얀슨-라스 다니엘슨-모르텐 룬트 트리오 외에 스트링 퀄텟을 참여시키고 여기에 틸 브뢰너, 파올로 프레주, 닐스 란드그렌 등의 연주자를 불렀다. 그 결과 에스뵤른 스벤슨의 트리오지만 그 이상으로 두터운 사운드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소화했다는 평을 내리고 싶다.
하지만 울프 와케니어스가 에스뵤른 스벤슨의 음악을 대하는 관점은 단순 재현이 아니라 자기식의 해석이다. 그리고 그 해석은 에스뵤른 스벤슨을 작곡가로 바라보고 그가 만든 멜로디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록곡 대부분은 에스뵤른 스벤슨이 상정한 정서를 반영한 사운드를 배경으로 멜로디를 강조한 기타 연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기존 에스뵤른 스벤슨의 음악을 사랑한 애호가들에게는 호불호가 나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앨범은 울프 와케니어스의 앨범이고 또 방향은 달라도 그 해석이 설득력이 있으니 마냥 불평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아니 분명 그의 해석은 뛰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