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마즈 스탄코 퀄텟의 세 번째 앨범은 우리 한국 감상자들에게는 다른 어느 때보다 친밀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지난 해 가을 한국 공연-그 외에 일본과 호주에서도 공연을 했었다-을 마치고 바로 유럽으로 건너가 녹음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들에게는 낯설었을 극동의 느낌, 여행의 느낌을 이어 녹음을 했다는 것이다. “먼(far)”을 의미하는 “Lontano”가 앨범 타이틀로 사용된 것도 바로 이를 의미한다. 실제 이전 앨범들에서 기조로 사용되었던 식으로 같은 제목 하에 세 개의 발전되는 연주로 나뉘어진 이 타이틀 곡은 굳이 동양식 음악 어법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인상적인 멜로디로 채워진 정적인 연주에서 서서히 개방적인 분위기로 상승해 나가는 상승적인 구성으로 연주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ECM의 대부분의 앨범들이 녹음되는 오슬로의 레인보우 스튜디오 대신 따뜻한 남 프랑스의 라뷔손 스튜디오에서 앨범이 녹음되었다는 것에서도 새로운 비전으로 발전하려는 퀄텟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리고 실제 음악 역시 그런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확인시켜 준다. 사실 음악적 공간은 기존 마즈 스탄코의 회색 빛이 감도는 어두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앨범 전체가 마치 하나의 공연을 보듯 하나의 호흡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마르신 바실레프스키의 피아노가 드디어 토마즈 스탄코의 트럼펫과 같은 층위에서 진행된다는 점은 퀄텟의 멤버간의 호흡이 더 긴밀해 졌고 또 그만큼 토마즈 스탄코가 자신의 공간을 트리오에게 더 할당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퀄텟이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음악을 발전 시키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나아가 토마즈 스탄코의 새로운 황금 시기가 이미 시작되어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