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At The Village Vanguard – Bebo Valdes & Javier Colina (Calle 54 2007)

bv우리는 은퇴의 시기를 넘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인간의 의지만 있다면 육체적 나이를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나이로 인해 활동의 폭을 줄이거나 결국엔 마음만큼 움직이지 못해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몸을 직접 사용하는 기능 분야는 더 하다. 정확한 리듬감과 명징한 타건을 요구하는 피아노 연주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베보 발데스의 연주를 듣다 보면 진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2000년대 들어 진정한 그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1918년 생인 이 쿠바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는 올 해로 90이다.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90이면 정말 나이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베보 발데스는 어떻게 된 것이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젊음을 획득하는 것만 같다. 뒤늦게 찾아온 자신의 전성기 때문일까? 물론 그는 1950년대 쿠바에서 맘보 리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유명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 편곡가였다. 하지만 1960년대 쿠바를 떠나게 되면서 그의 활동은 1990년대 중반까지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라틴 음악에 관한 훌륭한 다큐멘터리 영화  <Calle 54>를 제작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을 만나게 되면서 진정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즉, 80대에 접어들면서 진정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연주자가 되었다는 것인데 실제 2000년대 들어 그가 벌인 활동은 대단하다. 특히 2004년부터는 매년 한 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가운데 베보 발데스의 가장 최신 앨범인 이번 ‘빌리지 뱅가드 클럽’에서의 공연 실황은 지난 2005년 11월, 그러니까 87세의 나이에 녹음된 것으로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첫 번째 라이브 앨범이다. 그의 이전 앨범들이 밴드의 리더, 작곡가, 아니면 미리 설정된 앨범의 주제에 맞는 연주에 집중한 것이었다면 이 공연에서 그는 베이스 연주자 하비에르 콜리나와 함께 듀오로 연주하며 자신의 피아노가 가진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그는 노래하듯 편안하게 커다란 욕심 없이 멜로디를 낭만적으로 확장시켜나간다. 이런 그의 연주는 라틴 재즈에 필요한 타악기가 없다는 허전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언제나 그의 피아노 연주에는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명확한 리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소박하고 간결한 그의 리듬은 베이스의 도움을 받아 공연을 화기애애한 축제적 분위기로 만든다. 이것은 베보 발데스가 뒤뚱거리듯 움직이며 라틴의 서정적 향취를 담아 멜로디를 연주할 때 관객들이 중간에 연주에 동화되어 갑작스레 노래를 부르는“Bilongo”가 그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뜨겁게 치솟는 브라스 섹션이나 화려하게 울리는 타악기가 없지만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즐기는 흥겨운 분위기만큼은 축제적이다. 그리고 그 밖의 연주에서도 편안하고 유쾌한 베보 발데스 특유의 피아니즘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듣다 보면 적어도 베보 발데스에게만큼은 시간이 비켜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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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은퇴의 시기를 넘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인간의 의지만 있다면 육체적 나이를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나이로 인해 활동의 폭을 줄이거나 결국엔 마음만큼 움직이지 못해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몸을 직접 사용하는 기능...Live At The Village Vanguard – Bebo Valdes & Javier Colina (Calle 54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