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앨범들 대부분은 한 연주자를 중심으로 한 정규 밴드의 연주를 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양한 연주자들이 자유로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 내는 식의 프로젝트 앨범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 가운데 더블 레인보우는 국내의 유명 재즈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의 성격을 지닌다. 김민석(기타), 임미정(피아노), 여진(보컬) 전성식(베이스), 크리스 바가(드럼) 등 현재 한국 재즈를 대표할만한 선 굵은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음악은 보사노바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보사노바를 순수한 보사노바라 하고 싶다. 그러니까 보사노바의 부드러운 분위기의 연출에 집착하면서 그저 단순한 분위기용 음악으로 치우치곤 하는 여타 보사노바 앨범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의 보사노바를 들어보면 분위기를 더욱 감칠맛 나게 하기 위해 이런 저런 감미를 하기보다는 담백하고 싱그러운 보사노바 그 자체를 추구했음을 느끼게 된다. 뉴욕이나 서울에서 듣는 도시적인 감수성 보다는 아침 이슬이 영롱하게 빛나는 풀 숲이 있는 시골이나 브라질의 열대림에 어울리는 감수성이 담긴 보사노바라 하면 좋을까?
한편 여러 연주자가 모인 만큼 앨범의 수록 곡들은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며 다양한 편성으로 연주되었다. 그런데 순수한 보사노바 자체를 추구하다 보니 한국적인 느낌, 한국 연주자가 연주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말하고 싶다. 보사노바를 연주하면서 한국적임 무엇을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가? 아무튼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순수한 보사노바 연주를 들려주고 있기에 나는 이 앨범이 그저 감각적으로 한 시기를 스쳐 지났던 다른 앨범들보다 더 긴 생명력으로 오래 애청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