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르그랑과 클로드 누가로가 만났다. 사실 미셀 르그랑은 <쉘브르의 우산>같은 영화 음악, 그리고 스테판 그라펠리를 비롯한 여러 재즈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통해 국내에서도 적잖은 지명도를 얻고 있다. 그러나 클로드 누가로는 다소 생소할 것이다. 만약 그를 알고 있다면 당신은 재즈보다는 샹송을 오랜 시간 들어온 인물이리라. 아무튼 클로드 누가로는 재즈 풍의 노래를 해 온 프랑스 샹송 가수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샹송 외에도 프랑스 재즈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물심양면으로 프랑스 재즈 연주자들을 후원하는 것이 그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미지인 것이다.
아무튼 프랑스 대중 음악의 두 노장이 만났다. 그리고 특별한 형식적 합의보다는 평소 자신들이 하던 스타일 그대로 하면서 모종의 합의를 도출해 낸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의 가운데는 프랑스식 낭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비단 클로드 누가로가 불어로 노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셀 르그랑의 작, 편곡 패턴이란 것이 원래 그렇지 않던가? 좋은 풍경이 담긴 그림 엽서를 만들 듯 두 사람은 각 곡마다 자신들의 젊음을 기억하게 하는 아련함을 음악에 불어 넣는다. 한편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면서 재즈적인 맛을 살리기 위해 케니 워너, 티에리 엘리즈가 건반 주자로 기용되었다. 이 두 연주자는 피아노와 오르간을 서로 번갈아 가며 연주하고 있는데 연주력은 물론 정서적 표현력 또한 뛰어난 인물들이기에 사운드는 재즈적인 맛과 프랑스식 낭만 모두를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