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 Of The Sun – Charlie Haden with Gonzalo Rubalcaba (Verve 2004)

ch찰리 헤이든이 그의 퀄텟 웨스트 밴드를 이끌고 1993년에 녹음했었던 앨범 <Always Say Goodbye>에서 그는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가 주로 들려주었던 재즈의 고전들과 헐리우드 영화의 아름다운 테마들을 잊지 못한다고 피력했다. 이 발언은 찰리 헤이든의 80년대 이후 활동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지긋한 나이에 접어들면서 미래보다는 과거로 시선이 향하면서 이를 반영한 음악을 들려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지향형 음악은 주로 퀄텟 웨스트를 통해서 표현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에의 그윽한 시선 속에서도 그는 독자적인 음악 영역과 새로운 감상자 층을 개척하는 것을 잊지 않았는데 그 좋은 예가 2001년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던 앨범 <Nocturne>이었다. 그가 발굴한 쿠바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곤잘로 루발카바와 함께 했던 이 앨범은 기존 찰리 헤이든의 과거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라틴적 향취로 새롭게 표현해 낸 수작이었다.

이 <Nocturne>의 두 번째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이번 <Land Of The Sun>도 과거에 대한 따스한 찰리 헤이든의 시선이 앨범 전체에 편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은 10곡 중 8곡을 지난 <Nocturne>앨범의 타이틀 곡의 작곡자인 호세 사브르 마로퀸의 곡으로 채우고 있어서 이채롭다. 찰리 헤이든 본인의 말에 의하면 빼어난 멜로디를 갖춘 마로퀸의 곡들 때문에 이번 앨범을 녹음할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마로퀸의 곡들을 찰리 헤이든에게 소개해 주었던 인물은 바로 마로퀸의 딸이었다. 즉, 이번 앨범에는 찰리 헤이든의 추억이 아니다 마로퀸의 딸 파트리샤 멘데스의 추억이 정서적 동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단순히 라틴 앨범으로 보는 것은 그다지 올바른 감상이 아닐 듯싶다. 왜냐하면 이 앨범에는 라틴 음악 특유의 화려한 리듬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뜨거운 태양보다는 온화한 햇살이 연상이 되는 앨범의 수록 곡들은 모두 리듬보다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최대한 드러내고 있다. 앨범에 가득한 아름다운 향수는 바로 이 멜로디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 곡들은 부드러운 즉흥 연주를 담고 있는데 그 자연스러움은 새삼 찰리 헤이든의 편곡과 연주자의 운용 능력을 감탄하게 만든다. 실제 이번 앨범 역시 찰리 헤이든은 많은 쟁쟁한 연주자들을 초빙했다. 곤잘로 루발카바는 물론 조 로바노, 이그나시오 베로아가 <Nocturne>에 이어 찰리 헤이든과 정서를 공유하고 있으며 래리 쿤즈, 마이클 로드리게즈 등 새로운 연주자들이 온화하고 따스한 연주를 위해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앨범은 정서적 아름다움과 재즈 특유의 연주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멋진 앨범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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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헤이든이 그의 퀄텟 웨스트 밴드를 이끌고 1993년에 녹음했었던 앨범 <Always Say Goodbye>에서 그는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가 주로 들려주었던 재즈의 고전들과 헐리우드 영화의 아름다운 테마들을 잊지 못한다고 피력했다. 이 발언은 찰리 헤이든의 80년대 이후 활동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Land Of The Sun – Charlie Haden with Gonzalo Rubalcaba (Verve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