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적인 공간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표지가 인상적인 이 앨범의 주인인 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 세르쥬 포르테는 프랑스 재즈에 나름대로 정통한 필자에게도 생소한 인물이다. 프랑스 대중과 평단으로부터도 무시에 가까운 소외를 당했다 생각되는데 2001년에 발매되었지만 1992년에 녹음된 앨범 <La Vie En Bleu 푸른 빛의 인생>을 들어보면 어떻게 이런 실력파 연주자가 그동안 저평가를 받아왔는지 의아해 하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 세르쥬 포르테는 프랑스 샹송의 대표적인 곡들을 연주한다. 사실 이런 기획은 이제 그렇게 특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연주자의 개성이 제대로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의 유사한 기획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이런 종류의 기획은 원곡의 멜로디에 집착한 나머지 너무나도 안정적이고 편안한 길을 가지 않았던가? 그러나 세르쥬 포르테는 원곡의 멜로디를 존중하지만 결코 그 멜로디를 도달해야 할 목적지로 보지 않는다. 단지 멜로디를 예쁘게 치장한 가벼운 변주보다는 원곡의 멜로디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그로부터 연장되고 확장된 새로운 멜로디를 무한히 뽑아낸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키스 자렛의 영향을 떠 올리게 되는데 실제 그는 여러 재즈 피아노 연주자들 가운데 직접 키스 자렛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무튼 세르쥬 갱스부르, 조르쥬 브라상스, 앙리 살바도르 등 프랑스의 유명 싱어 송 라이터들의 음악들을 연주하면서 세르쥬 포르테는 충분한 시간과 호흡으로 새로운 멜로디를 직조해 나간다. 그래서 그의 연주를 듣다 보면 하나의 즉흥 환상곡을 듣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예로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은 Autumn Leaves가 그토록 장대한 서사를 지닌 곡으로 탈바꿈 되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한편 황덕호씨가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서 피력한 현재 한국 재즈 애호가들의 유러피안 재즈에 대한 오해는 한번 생각해야 할 화두임을 언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