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Septième Vague – Laurent Voulzy (Sony BMG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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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찾아온 바닷가. 온화한 날씨에 푸른 바다 그리고 구름 몇 조각이 떠 있는 하늘. 바닷가엔 그다지 사람도 많지 않다. 그 바닷가에 앉아 한가로이 오후를 즐긴다. 그다지 할 일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다. 그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기만 하면 된다. 평소와는 다른 삶을 그렇게 며칠 동안 살면 된다. 그게 바로 휴가가 아니던가? 이런 평화로운 휴가에는 어떤 음악이 좋을까? 너무 경박하게 뚱땅거리지도 않고 너무 늘어지지도 않는 적당한 템포와 적당한 분위기를 지닌 편안한 음악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그런 음악을 담고 있는 앨범은 어떤 것일까?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프랑스 가수 로랑 불지의 <La Septième Vague 7번째 파도>도 그런 휴가에 어울리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 실제 지난 2006년 6월 말 프랑스에서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휴가 길에 이 앨범을 동반했다. 그 결과 이 앨범은 프랑스 내에서만 7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2006년 바리에떼 프랑세즈(Varieté Française)-요즈음 프랑스는 샹송을 이렇게 부른다-의 주요 앨범 가운데 하나로 평가 받을 수 있었다.

로랑 불지는 1948년 생으로 그렇게 적지 않은 나이를 지닌 싱어송 라이터다. 그리고 그만큼 활동 기간도 길다. 이런 저런 다양한 시도를 거쳐 첫 앨범을 1979년에 냈으니 여기서부터만 따져도 28년간 활동해온 셈이 된다. 하지만 이런 긴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상에 내놓은 앨범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번 <7번째 파도가> 정규 5집에 해당하니 정말 과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그가 중간에 커다란 공백기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저 차근차근 그만의 속도로 멜로디를 만들고 이를 편곡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런 여유와 느림이야 말로 로랑 불지를 이야기하는 핵심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7번째 파도>를 들으면 어쩌면 그의 천성이라 할 수 있는 여유와 느림이 그대로 음악에 표출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정말 그리 격렬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그저 찰랑거리기만 할 뿐인 리듬과 혼화한 기타, 속삭이는 듯한 보컬에는 일체의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여유와 느림 때문에 70만 이상의 프랑스 인들이 이 앨범을 여름 휴가철에 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여유와 느림은 우리 한국의 감상자들에게도 통할 수 있을까? 영미 팝에 익숙한 한국의 감상자들에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면 나는 명쾌하게 아니라 말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면모 때문이다. 실제 이 앨범에는 비치 보이스의 노래로 유명한 “Do You Wanna Dance”, 샤데이의 “Smooth Operator”, 길버트 오설리번의 “Clair”, 에벌리 브라더스의 “All I Have To Dream”-이 곡은 코어스의 안드레아 코어와 함께 노래했다-를 비롯하여 사이먼 앤 가펑클, 도어즈, 카펜터즈, 비틀즈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팝 음악들이 프랑스어로 된 곡들과 함께 담겨 있다. 이런 선곡에 여름 바닷가에서 즐기는 휴식의 분위기가 담겨 있으니 귀가 솔깃하지 않은가?

세상에는 우리가 접할 기회가 없어 지나가는 음악들이 많다. 영미 팝 밖에 위치해 자칫 모른 채 지나칠 수 있었던 이 앨범도 그렇다. 아직 여름은 멀었지만 한번 신선하면서도 친근한 이 앨범을 경포대나 해운대 같은 우리 바닷가에서 듣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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