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노트와 프레스티지 레이블을 통해 여러 리더 앨범을 녹음했지만 정작 케니 드류의 음악적 개성이 개화했던 시기는 아무래도 유럽에서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사실 미국에서의 케니 드류는 솔로 리더 연주자를 빛나게 하는 안정적인 사이드맨으로 보다 더 명성을 얻었다.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Blue Note 1957)을 비롯한 여러 명반들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그 이상 리더로서의 성공은 기대만큼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프리 재즈의 등장과 재즈의 인기 하락으로 그 역시 유럽으로 이주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는 30여 년간 이어질 성공의 시대를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여러 녹음들 중 뛰어난 것은 대부분 유럽 녹음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앨범도 역시 유럽에서 녹음된 것이다. 1992년 그러니까 그의 말년에 영국 브류하우스 극장에서의 공연을 담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 그의 음악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NHOP와 앨빈 퀸이 그와 함께 하고 있다.
케니 드류의 연주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빠른 템포의 곡이건 느린 템포의 곡이건 테크닉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노래하는 듯한 그만의 연주 스타일 때문이었다. 그리고 심각함보다는 가볍고-경박하지 않은-경쾌한 분위기로 연주한다는 것 또한 감상자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요인들은 곡이 아무리 수다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감상자들에게 어렵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번 앨범 또한 마찬가지다. “In Your Own Sweet Way”같은 케니 드류 트리오를 대표하는 곡을 비롯하여 익숙한 테마들이 연주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와 트리오의 연주들은 질리지 않는다. 뻔하지만 결국 끝까지 보게 되는 로맨틱 영화처럼 이미 그의 연주 스타일은 알려질 대로 알려졌지만 그만의 달콤함, 낙관적 정서는 언제나 감상자를 연주에 집중하게 만든다. 사실 케니 드류의 앨범에서 변화와 새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음악 스타일과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다가오는 친한 친구처럼 그의 음악은 그렇게 다가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