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담당하는 내가 리뷰를 쓰지만 후미오 야수다의 음악은 즉흥 성에도 불구하고 현대 클래식 음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유러피안 아트 오케스트라와 진보적 첼로 연주자 에른스트 라이지거와 함께한 이번 앨범은 윈터 앤 윈터에서의 첫 앨범으로 정적이고 공간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마치 움직임이란 애초에 없었던 것 같다. 그 속에 담긴 정서 또한 상당히 처연하며 어둡다. 그것은 비단 “죽음의 느낌”이라는 5부작 때문만은 아니다. 들을수록 끝을 모르는 심연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축축한 그의 피아노(멜로디카) 연주 때문이다. 그것은 너무나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한편 윈터 앤 윈터의 다른 앨범들에서도 인상적인 미지를 선사한 바 있는 노부요시 아라키의 채색화 같은 꽃 사진들도 “꽃 노래”라는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앨범의 인상주의적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Kakyoku – Fumio Yasuda (Winter & Winter 2000)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