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이드의 이번 새 앨범에 자끄 브렐의 대표 곡 “Ne Me Quitte Pas”가 수록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찰스 로이드가 <Water Is Wide>(ECM 2000)으로 대표되는 부드러운 연주를 펼치려 하는 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편하고 넉넉한 스타일만 찾으려 한다는 이유로 찰스 로이드에 실망했었다. 듣지도 않고 말이다! 그러나 정작 앨범을 들어보면 이런 생각은 무지한 오해였음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약 13분 30초에 걸쳐 연주되는 자끄 브렐의 Ne Me Quitte Pas가 부드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달콤함만을 추구하지 않는 잘 정제된 즉흥 연주를 한편으로 강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록 뜨거움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한차례 정화시킨 듯 부드럽고 차분하게 들리는 색소폰 솔로지만 그 안에는 답답한 곳을 시원하게 해주는 상승과 하강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앨범에 담긴 긴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제리 알렌의 피아노 연주다. 그녀는 찰스 로이드의 색소폰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최상의 여건을 제공한다. 그리고 때로는 과감하게 사운드의 전경에서 사라져 찰스 로이드가 보다 자유롭게 솔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이 외에 베이스의 로버트 허스트나 드럼의 에릭 할란드와의 호흡 역시 최대한의 자기 표현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네 연주자의 자유로운 연주가 난해함, 난잡함으로 빠지지 않는 것은 상당히 공을 들인 편곡 때문이다. 이들은 자유로우면서도 서로 만나고 다시 헤어져야 할 부분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게 맞는 진행을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번 앨범이 지난 해 발매되었던 빌리 히긴즈와의 듀오 앨범 <Which Way Is The East>에서 우리가 다시 발견했던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찰스 로이드의 영혼이 퀄텟의 편성에 옮겨져 새로운 비상을 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 앨범은 한동안 삶을 다 산 사람처럼 노장의 넉넉한 부드러움에만 빠져 있던 찰스 로이드가 새로운 젊음으로 새로운 정신의 불꽃을 태우기 시작했다고 확신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