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에 등장하는 주인공 모글리에서 따왔다는 모그를 예명으로 사용하는 베이스 연주자 이성현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사실 그의 첫 앨범 <Desire>은 베이스 연주자 모그와 그의 음악적 개성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었지만 여러 연주자들과의 듀오나 솔로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기에 그의 개인적인 앨범으로서의 측면이 강했다. 여백만큼 어딘가 허전하게 비어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앨범은 분명 모그의 개성을 담은 솔로 앨범인 동시에 정규 밴드도 아니고 역시 첫 앨범처럼 편성이 다양함에도 그룹 앨범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즉, 단순히 베이스 연주자로서의 개성적 기교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여러 연주자들이 합일된 사운드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음악을 이끄는 베이스 연주자로서의 발전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실제 앨범을 들어보면 모그가 자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운드 속에 조용히 안주하며 자신이 아닌 음악을 드러내려 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앨범의 전체 사운드는 분명 퓨전 재즈의 영역에 머물고 있으면서 모그가 사용한 베이스 기타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색채를 띤다. 마치 “Mission Impossible”의 인트로를 연상시킬만한 긴장감 있는 베이스 인트로로 시작되는 앨범의 첫 곡 “Rodrigo”를 시작으로 앨범은 강렬한 록, 부드러운 보사노바, 그루비한 펑키 스타일까지 모그의 음악은 다양한 양식을 아우른다. 그럼에도 앨범은 잘 정돈된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은 그만큼 모그가 다양한 음악 양식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음을 말한다.
한편 그룹사운드의 색채가 강한 만큼 모그 외에 다른 참여 연주자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특히 기타를 연주하고 녹음 과정 전체를 담당한 일리야 엘리 리진스키의 기타는 모그의 베이스에 대한 알터 에고(Alter Ego)로서 앨범의 색채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 밖에 우리 연주자 민경인의 키보드와 피아노 연주 또한 앨범의 부드러움, 도시적 성격을 부여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연주자, 다른 악기를 드러나게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베이스의 역할이자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모그의 이번 앨범이 모그 이전에 음악이 먼저 들어오는 것 또한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