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 Hall은 얼핏 보면 기존 재즈의 이디엄에 매우 충실한 연주를 보여주는 나이든 연주자로 비추어지지만 의외로 새로운 모험에 전 존재를 던질 줄 아는 연주자다. 그에게는 동시대의 흐름을 육화시킬 줄 아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이 지닌 스펙트럼의 폭은 매우 넓다. 이것은 짐 홀이 타인의 연주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태도를 지녔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70이 넘은 할아버지가 되었음에도 그의 음악에서는 클리셰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신선함이 더 많이 드러난다. 사실 짐 홀의 이력을 본다면 타인의 연주를 듣고 대화를 했던 적이 많고 또 그런 연주들이 많은 인정을 받았었다. Bill Evans, Mike Stern, Bill Frisell, Joe Rovano, Pat Metheny등과의 관계가 그런 예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5명의 베이스 연주자를 불러 함께 연주를 벌였다는 것은 일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Red Michelle, Ron Carter등의 베이스 연주자와 공동 작업을 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이번 앨범에서도 짐 홀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각기 다른 베이스 주자에 맞추어 탄력적인 연주를 펼친다. 5명의 베이스 연주자가 앨범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단지 짐 홀이 주변 연주자들과의 친분을 확인하고 드러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 들이 현대 재즈를 이끄는 연주자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짐 홀의 곡과 맞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3곡을 제외한 모든 곡이 짐 홀 본인의 곡이다.) 실제 참여한 베이스 연주자들은 음악적으로 볼 때 각기 상이한 공간에 위치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베이스 연주자에 따라 주어지는 곡의 느낌과 짐 홀의 연주 방향은 미묘한 변화를 보인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이 앨범에서 짐 홀이 들려주는 연주의 특징은 연속보다는 불연속에 더 가까운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탠더드 곡의 테마를 연주에 있어서도 과감한 축약을 사용한다. 이것은 베이스의 피치카토 연주가 시간을 분절시키는 것에 대한 대위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멜로디에 고난도의 보이싱을 수반하여 단선율의 베이스의 진행을 감싸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비교적 평범한 Christian McBride와의 연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션들은 모두 필자에겐 만족감을 주는데 특히 Charlie Haden과의 연주가 마음에 든다. 이들이 연주하는 Don’t Explaine은 앨범의 백미가 아닐지. 연주로 본다면 앨범의 다른 곡에 비해 무엇보다도 평이하다고 할 수 있는데 두 연주자의 개성이 서로 맞물려 고전성과 현대성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한편 Scott Colley, George Mraz 두 명의 베이스 연주자와 트리오로 실내악적인 울림을 만들어 내는 3곡의 연주도 짐 홀의 음악으로서는 매우 특이하게 다가온다. 노장에게서 이런 새로운 시도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탄성이 나오기에 충분한 연주다.
한편으로는 다른 악기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좌우로 분리된 기타와 베이스를 하나로 모아줄 수 있는 제 3의 악기가 들어간 연주가 몇 곡 있었다면 전체적으로 훨씬 나은 앨범이 될 수 있지 않았을지.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짐 홀의 새로운 모습은 예상외였고 또 음악적으로 매우 충실하다는데 힘을 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