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바이런의 음악을 듣다 보면 결코 오래된 것이 낡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재즈도 다른 음악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어 왔지만 그렇다고 오래된 것이 사라져야할 대상인 것은 아님을, 시간과 상관없이 새롭게 인식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것이 돈 바이런의 음악이 지닌 핵심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번 새 앨범에서도 그의 음악적 관점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현재라는 시간 위에 존재하면서 과거의 유산을 뒤지는 그의 음악은 물리적으로 현재성을 띄지만 실재로는 시간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숨쉴 틈 없이 직선적으로 달리는 빠른 연주 속에서도 그는 뉴 올리언즈의 추억을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으며 개방적인 화성들 속에 가스펠, 블루스의 점성(粘性)을 주저 없이 가미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돈 바이런의 음악이 복잡 난해한 것으로 들린다면 그것은 새로운 음악적 요인들이 낯섦을 유발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쩌면 너무나도 익숙한 것들이 그대로 꼴라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향하는 이러한 모험적인 사운드를 위해 최상의 연주를 펼친 제이슨 모란과 잭 드조넷의 적극적인 후원 또한 언급해야겠다. 특히 대부분 베이스가 빠진 편성에서 제이슨 모란의 피아노 연주는 피아노 이상으로 두드러지게 들린다. 잭 드조넷의 드럼을 배경으로 돈 바이런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절묘한 연주는 앨범 감상의 숨겨진 재미라 해도 좋을 것이다.
Ivey-Divey – Don Byron (Blue Note 2004)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