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히긴즈가 지난 달 발매되었던 크리스마스 앨범에 이어 새로운 앨범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사실 에디 히긴즈가 현재 일본과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아노 연주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그만큼 앨범을 거듭할수록 그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최근 그의 앨범 발매 주기를 보면 다소 급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에디 히긴즈의 피아니즘은 커다란 변화보다는 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안정감이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나친 공급은 물리기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에디 히긴즈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런 물리기의 위험을 극복해 왔다. 그렇다고 앨범을 심각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이 주는 새로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트리오가 아닌 퀸텟 앨범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에디 히긴즈 트리오에 색소폰 연주자 스캇 해밀턴과 섹소폰, 클라리넷 연주자 켄 페플로프스키가 참여한 것이다.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 비너스 레이블에서 녹음한 에디 히긴즈의 앨범에는 전통적인 퀸텟 편성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 퀸텟 편성의 연주는 기존 에디 히긴즈의 음악을 지켜온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물론 이전에 스캇 해밀턴과 퀄텟으로 녹음한 적이 있었기에 역시 스캇 해밀턴이 참여한 이번 퀸텟 앨범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편성과 함께 에디 히긴즈가 새로운 비율로 사운드를 구성하려 시도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해야 할 일이다. 실제 앨범을 들어보면 에디 히긴즈의 피아노보다 스캇 해밀턴과 켄 페플로프스키의 관악기 연주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피아노가 솔로를 할 때에도 피아노는 한 발작 뒤로 물러나 있는 느낌을 준다. 이런 힘의 변화는 앨범의 첫 곡 “It’s Magic”부터 그대로 감지된다. 이 곡에서 귀를 사로잡는 것은 피아노가 아니라 넉넉한 질감과 풍성한 톤으로 서로 대위적 관계를 형성하며 편한 대화를 해나가는 두 색소폰일 것이다. 그리고 곡을 거듭할수록 두 관악기가 들려주는 조화와 경쟁, 보완의 관계는 앨범을 감상하는 주요 핵심 요인으로 자리잡는다. 특히 켄 페플로프스키가 클라리넷을 연주한 곡은 관악기에 대한 관심을 더 강화시킨다. 클라리넷의 산뜻하고 맑은 톤과 벤 웹스터를 연상시키는 비브라토로 무장된 색소폰이 대비효과를 만들며 서로 대화하며 연주하는 것은 정말 정겹게 다가온다. 이를 느낀 이후에 비로소 에디 히긴즈의 피아노가 들어온다. 한편 켄 페플로프스키는 여러모로 스캇 해밀턴과 잘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주지만 자칫 노쇠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앨범의 사운드에 청량감을 부여하고 또 그로 인해 젊은 사운드가 연출될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작용함을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