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이 대거 발매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재즈의 존재가 다소 강화된 느낌을 주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그 토대가 미약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즈 가운데 가장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난해한 음악으로 평가 받는 프리 재즈를 하기란 더욱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 한국에는 우리가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실력파 프리 재즈 연주자들이 있다. 바로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 피아노 연주자 미연, 타악기 연주자 박재천이 그들인데 이들이 두 번째 앨범을 선보인다.
지난해 박재천과 미연의 듀오 앨범을 발매했던 오디오가이 레이블에서 제작되었는데 500장 한정 발매되었다. 하지만 한정이라는 말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 재즈 시장에서 프리 재즈 앨범이 500장 판매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니 말이다. 더구나 배급도 애프터아워즈라는 재즈 음반 전문 사이트에서 독점 판매되고 있으니 그 어려움은 더하다. 이런 상황이 오히려 한정 제작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세 사람이 펼치는 연주는 매우 난해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듣기 어렵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약간의 집중력만 있으면 오히려 비밥보다 더 편하게 다가갈 지도 모른다. 다양한 연주기법과 질감을 총 동원한 무약속, 무악보 즉흥 연주지만 철저한 상호 신뢰와 이해로 천천히 명상적인 분위기로 진행되기에 그렇다. 그래서 6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진 약 50분 가량의 연주가 의외로 짧게 지나간다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이것은 필자가 프리 재즈에 익숙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편 앨범 타이틀이 이사야라고 해서 꼭 종교와 관련을 지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이들의 명상적인 음악이 이단으로 비추어질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타이틀이 이사야인 것은 앨범 내지에 적힌 이사야서의 한 구절, 그러니까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라는 구절에서 음악이 출발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이 앨범은 감상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즉흥 연주처럼 자유로운 감상이면 그만인 것이다.
아무튼 이 세 프리 재즈 연주자들의 이번 앨범은 한국 프리 재즈 역사의 또 다른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과연 얼마나 많은 감상자들이 이 음악을 기억으로 남겨 둘 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