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Surman과 Jack DeJohnette가 다시 만났다. 이미 두 연주자는 1981년 Amazing Adventures Of Simon Simon(ECM)을 녹음했던 경력이 있다. 그 뒤로 20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난 것이다. 그 사이 각자의 길에서 대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이 두 연주자가 다시 만나 어떤 방식으로 교감을 주고받을 것인지 필자로서는 매우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에 대해 이 앨범은 몇 가지 특이한 감상의 재미를 제공한다.
사실 ‘사이먼 사이먼의 놀라운 모험들’앨범은 드조넷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셔먼의 힘이 워낙 강했다. 그래서 드조넷을 고용한 셔먼 개인의 앨범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게다가 앨범 제목이 건네주는 화두는 분명 드조넷보다는 셔먼의 색채가 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 두 연주자는 각자 동등한 입장에서 음악이 놓이는 공간을 양분한다. 누가 더 주도적으로 전체를 이끌고 그의 요구에 따라 다른 하나가 호응하는 그런 관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일 대 일의 만남이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두 연주자가 형성하는 관계는 긴장 외에 다른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일종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 단순히 두 연주자의 아우라가 상대의 연주를 인정하고 능동적으로 그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앨범에서 두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각자 독자적인 공간에 거주하는 동시 중간에 각각의 내면의 발화가 만날 수 있는 자유 교차의 공간을 통해 이루어 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이 자유 교차의 공간에 두 연주자는 전자 악기를 놓는다. 셔먼은 신디사이저를 드조넷은 전자 퍼쿠션(한 곡에서는 피아노)을 자신들의 주요 악기 외에 연주한다. 이 악기들은 긴장과 침묵으로 남아 있는 두 연주자간의 간극을 메워 전체 사운드를 꽉 차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다. 앨범을 감상하면 베를린 재즈 페스티발과 템페레 재즈 해프닝에서 펼친 즉흥 자유 연주임에도 각각의 곡들이 안정적으로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세 번째 악기와 교차의 공간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즉, 자유 발산형의 두 연주자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감싸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전자 악기들이 하는 역할인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제 3의 악기가 이들의 81년도 앨범에서도 사용되었지만 당시에는 보다 더 개인의 색채를 강조하려는 인상을 주었고 오버 더빙을 통했기에 트리오적인 분위기마저 연출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다 중립적인 차원에서 합일과 조화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편 등장하는 제 3의 악기가 연주자들의 악기가 지닌 한계를 뛰어넘는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도 생각할 일이다. 셔먼이 연주하는 색소폰과 클라리넷은 기본적으로 단선율의 악기로서 직선적인 만큼 공간적인 면을 표현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었고 또 드조넷의 드럼은 음정없는 짧은 소리만을 만들어낸다는 한계가 있다. 그것을 보완하는 것으로 이들 전자 악기가 등장하는데 예로 앨범의 첫 곡 Mysterium에서 드조넷이 음정이 있는 전자 퍼쿠션으로 베이스적인 느낌이 묻어 나는 연주를 펼치는 것을 들 수 있다. 한편 전자 악기의 사용으로 오히려 각 연주자의 주요 악기가 보다 더 동일성을 지닌 연주를 펼칠 수 있었다. 그래서 셔먼의 색소폰과 (특히) 클라리넷은 공간적 표현에 대한 고민이전에 직선적인 악기 주법들을 선보인다. 기교와 감정적인 외침이 교묘히 중첩되는 그의 연주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드러난다. 드조넷 역시 심벌등을 이용한 공간감 넘치는 연주보다는 순간순간 다양한 리듬을 선보이는 현란하고 힘있는 연주를 펼친다.
이번 앨범은 연주만으로도 매우 재미가 있다. 그러나 적당한 호흡으로 즉각적으로 사고해 나가는 이들의 연주처럼 조금만 음악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감상한다면 그보다 더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한 앨범이다. 사족으로 ECM에서 즉흥 자유 연주 앨범에 주로 초빙하는 객원 제작자 Steve Lake가 제작한 앨범들 중 가장 음악 이미지가 확실한 앨범이라는 것과 Song For Forgiveness에서 듣게 되는 드조넷의 피아노가 매우 아름다움을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