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는 일본 그룹 Trix는 그 이름만으로는 무척이나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 낯선 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멤버들을 살펴보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룹의 멤버 중에 우리에게 너무나도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J 퓨전의 전도사로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티 스퀘어의 베이스 연주자 수토 미츠루와 또 다른 일본을 대표하는 퓨전 재즈 그룹 카시시오페아에서 1992년부터 96년까지 활동하면서 6장의 앨범을 녹음했던 드럼 연주자 쿠마가이 노리아키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두 퓨전 재즈 그룹의 전, 현 멤버가 그룹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게다가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는 구보타 히로시 역시 일본 최고의 키보드 연주자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기타 연주자 히라이 다케시와 함께 4인조로 결성된 Trix의 음악적 무게가 그리 가볍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된다. 실제 앨범에는 10년 이상 활동한 듯한 멤버간의 안정적 호흡과 탄탄한 개인 연주가 돋보이는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Trix의 전반적인 사운드는 티 스퀘어와 카시오페아가 개척했던 J 퓨전 사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는 리듬파트의 전개를 기반으로 직선적인 기타 연주나 화려한 키보드 연주가 솔로를 펼치는 스타일은 티 스퀘어나 카시오페아의 사운드에 익숙한 감상자라면 매우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Trix는 다른 두 그룹에 비해 그룹 차원의 연주에 더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있다. 분명 그룹의 리더는 총 9곡 중 6곡을 작곡한 드럼 연주자 쿠마가이 노리아키이지만 연주에서만큼은 어느 하나 뒤로 처지는 경우가 없다. 악기의 기본 성격상 기타나 키보드 연주가 보다 더 쉽게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베이스나 드럼이 그렇다고 단순한 반주 차원에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반주를 하는 동시에 솔로를 하듯 연주 전반에 걸쳐 자신들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모든 곡들은 탄탄하게 완성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잼 세션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잼 세션은 연주자들만의 놀이가 아니라 감상자를 사운드의 한 가운데에 위치시키는 기교적인 동시에 정서적인 세션이다.
이 네 명의 연주자들이 Trix를 얼마나 유지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어쩌면 일회에 그칠 프로젝트 그룹의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이 한 장의 앨범만으로도 이들은 J 퓨전 애호가들에겐 강한 인상으로 기억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