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정은 첫 번째 앨범 <Flying>(EMI 2003)부터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작곡가, 그리고 밴드 리더로서의 탁월한 역량을 선보였었다. 특히 그녀의 첫 앨범은 톰 하렐 등의 세계적 연주자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국 외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재즈의 어법과 정서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했다. 아마 2003년의 시점에서 생각한다면 세계 재즈의 흐름과 호흡을 함께 하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앨범은 임미정의 앨범이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두 번째 앨범 <In The Rain>은 이 첫 앨범의 성과를 뛰어넘는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것은 무엇보다 보다 앨범 수록 곡에 보다 임미정 개인의 정서를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정서적이라고 해서 임미정이 멜로디즘에 빠져 전체 사운드를 말랑말랑하게 가져갔다는 것은 아니다. 그렉 타디, 빌리 드러몬드 등의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함께 한 이번 앨범 역시 탄탄한 긴장과 단단한 호흡, 그리고 현대적인 작곡으로 뉴욕에 기반을 두고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포스트 밥에 해당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러나 현대적 어법으로 세밀하게 만들어진 그녀의 곡들이 기본적으로 그녀 개인의 경험, 감정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게 다가온다. 게다가 그녀가 선택한 다른 작곡가의 곡들의 경우 개인적 정서를 기반으로 선택된 곡들이다. 그리고 이 개인적인 감성을 담고 있는 곡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첫 앨범보다 자신의 피아노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실제 그렉 타디의 색소폰이 전면에 나서고 있음에도 정서의 흐름과 그 안에 내재된 시성의 표현은 피아노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이 이번 앨범은 포스트 밥이라는 범세계적인 어법을 따르면서도 임미정이라는 한국 피아노 연주자의 개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또 이런 이유로 그렇게 확 다가오는 멜로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상자 친화적인 면을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