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제레미 펠트는 이제 미국 재즈 쪽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인물이다. 그동안 FSNT, 크리스 크로스 같은 신예 발굴에 적극적인 레이블에서 앨범을 녹음하다가 최근에 맥스 재즈에서 앨범을 녹음하기 시작했는데 앨범상으로 본다면 나름대로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새 앨범에 <Identity>라는 제목을 붙였다. 말 그대로 자신의 현재 시점에서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것인데 음악을 들어보면 이 젊은 연주자가 작, 편곡 연주 솜씨가 뛰어남은 물론이요 새로움을 지향하는 음악적 욕심 또한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실제 앨범에서 그가 관여하고 있는 스타일은 매우 다양하다. 뒤뚱거리며 어긋남을 즐기는 듯한 포스트 밥 스타일의 곡부터 마일스 데이비스의 70년대 일렉트릭 재즈의 거침과 에너지를 옮겨 놓은 듯한 곡, 나아가 현대적 공간감을 강조하면서 보다 진보적인 성향으로 사운드를 조율하는 곡까지 하나만 제대로 파도 힘들법한 무게 있는 주제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너무 많은 방향을 동시에 겨냥하기에 갈수록 그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될 수 있겠는데 의외로 제레미 펠트는 이런 다양한 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변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그가 다양한 스타일 자체를 추구하기 보다는 이를 기초로 새로운 종합적 자기 스타일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자세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이 연주자가 음악적 꿈을 실현시킬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Identity – Jeremy Pelt (Max Jazz 2005)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