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아르투로 산도발은 쿠바 출신으로 1970년대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의 문화적 제약하에서는 자신만의 재즈를 펼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1990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리고 곧바로 GRP와 계약했다. 이 앨범은 망명 후 GRP에서의 두 번째 앨범이다. 첫 앨범이 라틴, 쿠반 재즈를 바탕으로 한 그의 자유로운 연주를 담고 있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이른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클리포드 브라운을 화두로 삼고 있어 흥미롭다. 왜냐하면 아르투로 산도발의 디지 길레스피였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아프로 쿠반 스타일의 트럼펫 연주는 디지 길레스피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내곤 했었다. 그러나 한참 후의 일이지만 <Trumpet Evolution>앨범을 통해 역대 트럼펫 명인들의 연주를 완벽히 재현했던 것을 생각하면 클리포드 브라운에 대한 애정도 일시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아무튼 어니 와츠, 데이빗 산체스, 에드 칼레 등의 색소폰 연주자들과 케니 커크랜드(피아노), 케니 워싱턴(드럼) 등이 함께 한 이 앨범에서는 클리포드 브라운처럼 직선적인 가운데 유려한 맛이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준다. 산뜻한 ‘Joy Spring’이나 속도감 넘치는 ‘Cherokee’같은 곡이 대표적. 그리고 베니 골슨이 클리포드 브라운을 그리며 작곡했던 ‘I Remember Clifford’와 아르투로 산도발 본인이 직접 쓴 ‘I Left This Space For You’같은 발라드 연주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 낸다. 이렇게 아르투로 산도발이 클리포드 브라운을 라틴 색채없이 정통적으로 탐구한 것은 순수하게 재즈의 관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재즈의 나라 미국에 있음을 확인하는 절차였다고나 할까?
I Remember Clifford – Arturo Sandoval (GRP 1992)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