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Paris – Bill Carrothers (Pirouet 2005)

피아노 연주자 빌 캐로더스는 기본적으로 정형화된 틀보다는 자신, 과거보다는 현재 나아가 미래에 시선을 둔 연주자다. 실제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앨범들 대부분은 명확한 주제 의식과 현대적인 터치로 일관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예민한 음악 여정, 정확히는 그의 대작 (Sketch 2005) 녹음이 피곤했던 것일까? 이번 앨범에서 그는 그 긴장된 움직임을 한 템포 늦추고 1920년대부터 40년대 사이의 스탠더드 곡들에 안착했다. 그리고 그 곡들을 연주함에 있어서도 지적인 질감이나 현대적인 코드 운용이 아래에 깔려있지만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현대적인 맛 속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 세련된 여유에의 취향이 앨범의 미덕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점들은 정갈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묻혀 상투의 나락으로 떨어진 흔한 피아노 트리오 앨범과의 변별점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