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 쉡은 존 콜트레인 계열의 색소폰을 계승한 아방가르드 재즈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그의 활동을 보면 과거의 치열함은 안으로 들어가고 대신 전통적인 비밥의 어법에 기초한 관조적이고 여유로운 스탠다드 연주가 주를 이룬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 시작된 것인데 바로 이 앨범이 그 전환기였던 1981년에 녹음된 앨범이다.
현재 진보적인 음악들을 앨범화하고 있는 Hat Hut의 성향으로 볼 때 이 앨범의 음악들은 매우 안정적이고 온건한 것이다. 그럼에도 Hat Hut의 카달로그에 포함된 것은 이 앨범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정말 앨범에 수록된 4곡의 연주들은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감동을 준다. 여전히 안과 밖을 오가는 연주들이지만 그 왕복이 벗어나려는 몸부림이기 보다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는 길을 오가는 것처럼 매우 여유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색소폰 음색에 있어서도 아직도 그 거칠고 빡빡한 톤이 존 콜트레인에 경도되었던 과거의 뜨거움을 드러내고 있지만 동시에 부드럽고 풍성한 톤으로 유명했던 벤 웹스터같은 연주자의 그림자가 발견된다는 것은 정말 의외다. 모처럼 만나는 아치 쉡의 숨겨진 명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