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Mystery – Bill Frisell (Nonesuch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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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프리셀은 현대 재즈 기타를 대표할 만큼 뛰어난 기타 연주자다. 실제 그의 몽환적인 기타 톤과 창조적인 이펙터의 사용은 쉽게 흉내내지 못할 그만의 개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를 기타 연주자로만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는 뛰어난 기타 연주자이자 작, 편곡가, 그리고 밴드의 리더 이자 자기 앨범의 제작자이다. 즉, 흔히 말하는 아티스트의 개념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기타 연주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사운드를 현실화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지금까지 그는 앨범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공간 지향적인 연주를 해왔다. 그 공간은 ECM 시절의 추상적인 공간부터 미국 서부의 풍경이 반영된 공간을 거쳐 황량함과 비정함이 감도는 도시적인 공간을 지나 미국 밖의 민속적 공간까지 이르고 있다. 물론 연주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전통적인 재즈의 공간에 머무를 때도 있다. 아무튼 다양한 공간을 아우르고 있기에 그의 음악은 재즈를 기본으로 컨트리, 포크, 월드 뮤직, 블루스 등의 요소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앨범마다 명확한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사운드의 방향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이 선보인 <History Mystery>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금까지 그가 시도했던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 앨범에는 다양한 성향의 연주들이 병렬식으로 나열되어 있다. 게다가 제작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그러니까 다른 앨범의 제작과 동시에 이루어졌고 스튜디오 녹음 외에 라이브 연주도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마치 베스트 앨범처럼 다양한 녹음을 한 앨범에 모은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앨범이 전혀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유기적이라는 인상마저 준다.

사실 이 앨범은 두 개의 조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첫 번째 CD의 내용은 빌 프리셀과 일러스트레이터 짐 우드링이 함께 기획한 멀티미디어 작품 “Mysterio Sympatico”의 음악이고 두 번째 CD의 내용은 미국 국영 라디오가 기획한 “Stories From The Heart Of The Land”라는 시리즈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다. 앨범이 긴 곡과 짧은 곡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것은 바로 이러한 서사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음악 외적인 서사성이 화두로 자리잡고 있기에 지금까지 빌 프리셀이 시도했던 다양한 사운드가 종합적으로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서사적이고도 종합적인 사운드를 위해 그는 기존 그와 함께 해온 토니 쉐어(베이스) 케니 볼센(드럼) 외에 아이빈트 강, 제니 샤인만, 행크 로버츠로 구성된 스트링 트리오 그리고 론 마일스(트럼펫)와 그렉 타디(색소폰)을 불렀다. 그리고 이들을 자유로이 조합하여 월드 뮤직(Probability Cloud)적인 분위기, 전통적인 재즈 연주(Sub-Conscious Lee), 소울 연주(A Change Is Gonna Come), 기타 현대적 긴장이 어우러진 연주 등 적어도 그가 2000년대 들어 앨범마다 독립된 주제로 설정했던 사운드 모두를 들려준다. 결국 이 앨범의 타이틀은 빌 프리셀의 그 동안의 음악 모두를 집대성 했다는 것(History)과 또 이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잘 어울린다는 것(Mystery)를 의미지 않을까? 감히 빌 프리셀의 새로운 명작, 적어도 2000년대 최고의 앨범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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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프리셀은 현대 재즈 기타를 대표할 만큼 뛰어난 기타 연주자다. 실제 그의 몽환적인 기타 톤과 창조적인 이펙터의 사용은 쉽게 흉내내지 못할 그만의 개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를 기타 연주자로만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는 뛰어난 기타 연주자이자 작, 편곡가, 그리고 밴드의 리더 이자 자기 앨범의...History Mystery - Bill Frisell (Nonesuch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