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er Ground – V.A (Blue Note 2005)

va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영화적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이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5년 8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에 커다란 태풍 카트리나가 상륙해 많은 피해를 남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물에 빠진 도시에 갇혀 많은 사람들은 생명을 잃었고 문명의 광휘를 자랑하던 많은 건물들, 도로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이것은 분명 세계적인 재앙이었다. 그리고 이 재앙은 재즈인들에게는 더욱이 잊지 못할 재앙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루이지애나 주에는 뉴 올리언즈가 있기 때문이다. 뉴 올리언즈가 어디던가? 바로 재즈가 생겨난 곳이 아니던가? 프랑스인들이 넘어와 비교적 흑과 백의 차별이 적은 이 곳에서 재즈는 백인과 흑인의 음악적 전통이 긴장감 있게 결합되면서 생겨났다. 따라서 재즈가 세계의 주요한 문화로 자리 잡은 지금 뉴 올리언즈는 재즈의 성지, 메카라 할만하다. 그런데 그 도시가 초토화되어버렸다. 분명 우리 인간은 다시 그 자리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 다시 첨단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지만 이지 지나간 과거의 흔적들은 되살릴 수가 없다. 재즈의 고향은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아무튼 이 사라진 재즈의 기원을 기억하고 새로이 건설하고자 하는 의지로 2005년 9월 17일 뉴욕 링컨 센터의 로즈 홀에서는 큰 공연이 열렸다. 윈튼 마샬리스가 이끄는 링컨 센터 재즈 오케스트라의 주도로 성사된 이 공연은 성향이 다른 여러 대현 재즈 연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사라짐의 아쉬움과 새로운 희망을 피력했다. 이 날 참여한 연주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다이아나 크롤, 카산드라 윌슨, 다이안 리브스, 테렌스 블랭차드, 노라 존스, 조 로바노, 베트 미들러 등 근래에 보기 드물다 할 정도로 화려하다.

사실 이런 종류의 콘서트, 그러니까 추모, 구조의 성향을 지닌 공연은 기본적으로 엄숙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날의 공연은 다르다. 아픈 현실과는 상관없이 흥겨움과 슬픔이 공존한다. 따지고 보면 생성과 소멸은 양극단에 위치하는 동시 서로 맞닿아 있기도 하다. 따라서 축제적인 흥겨움으로 슬픔을 이겨내기도 하고 슬픔을 슬픔 그대로 받아들여 새로이 희망을 꿈꾸는 것이 이 날 콘서트의 다양한 분위기를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므로 테렌스 블랭차드의 “Over There”같은 애상으로 가득한 트럼펫 솔로에 이어 애론 네빌이 노래하는 “Go To The Mardi Gras”같은 곡이 이어져도 분위기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제임스 테일러가 노래하는 포크적인 노래가 다이아나 크롤이 노래하는 “Basin Street Blues”의 뉴 올리언즈 풍의 노래에 이어져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앨범의 다양한 분위기가 낯설다고 이야기 하지 말자. 곡과 곡 사이를 이어주는 그날 공연을 직접 지켜본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이를 상쇄할 테니 말이다. 축제는 모든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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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영화적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이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5년 8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에 커다란 태풍 카트리나가 상륙해 많은 피해를 남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물에 빠진 도시에 갇혀 많은 사람들은 생명을 잃었고 문명의 광휘를...Higher Ground – V.A (Blue Note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