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연주자 마이클 갈라소의 음악은 재즈와 클래식 그리고 뉴 에이지를 중심으로 한 연주 음악 사이를 오가는 그만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물론 그의 음악적 기본이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그의 주된 활동이 앨범 녹음보다는 무용이나 연극, 그리고 종합 퍼포먼스를 위한 음악 작곡과 연주에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1984년에 <Scenes>이라는 단 한 장의 바이올린 솔로 연주 앨범이 그의 음반 이력의 전부다. 따라서 20년 만에 발표되는 이번 앨범은 ECM의 음악을 좋아하는 감상하라면 큰 호기심을 끌만하다.
특히 이번 앨범은 솔로가 아닌 그룹 앨범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기타 연주자 테르예 립달 등과 함께 지난 20년 동안 보다 더 시각적이고 정서중심적으로 변모된 그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 때로는 주술적이고 때로는 몽환적인 그 분위기가 상당한 감상의 재미를 준다. 거침과 부드러움을 오가는 바이올린 연주와 소리를 증폭시켜 사운드의 정경에 사건을 만들어 내는 테르예 립달의 기타 그리고 몽환적인 맛을 부여하는 프랑크 콜론의 타악기가 만들어 내는 전체 사운드는 다른 누구의 음악에 빗대어 이야기하기 곤란할 정도로 독창적이다. 이것은 갈라소가 그룹 연주를 하면서 자신의 바이올린을 약간 뒤로 후퇴시키고 다른 악기들에게 보다 더 큰 연주적 여백을 제공한 결과다. 그렇다고 그의 솔로 앨범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그의 다양한 표현력이 감소되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왜냐하면 전경과 후경을 오가며 솔로와 반주를 하는 갈라소의 모습에서 충분히 그의 연주력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