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샌본 하면 여전히 70, 80년대의 흥겹고 세련된 팝적인 면이 강한 퓨전 사운드가 연상된다. 하지만 지금도 퓨전 사운드에 머물러 있지만 90년대 이후 그 질감만큼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만들어진 변화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최근의 데이빗 샌본은 세련되었지만 여유와 느림을 즐기는 연주를 펼치곤 하는데 이번 앨범은 블루스와 소울을 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여유와 느림의 방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데이비드 샌본과 블루스를 잘 연결하지 못하는 감상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그는 블루스와 소울을 연주하는 밴드에서 활동을 시작했었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모르는 사이에 60대를 넘어 노장의 시대로 접어든 데이비드 샌본의 초기시절, 행크 크로포드와 레이 찰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시절에 대한 회상이라 볼 수도 있겠다. 실제 수록곡 상당수는 그의 초기 시절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곡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운드가 과거지향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끈끈한 사운드 속에서도 그는 그만의 세련된 맛을 잃지 않고 있다.
Here & Gone – David Sanborn (Decca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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