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메릴은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결이 느껴지는 벨벳풍의 따스한 목소리로 사랑을 받았던 백인 여성 보컬이다. 하지만 그는 보통 블론디 보컬이라 불리는 다른 백인 여성 보컬들과는 달리 음악적 모험을 즐겼다. 그녀는 14세의 나이로 브롱크스의 재즈 클럽에서 노래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재즈 보컬의 삶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솔로 앨범을 녹음하기까지엔 그로부터 10년을 기다려야 했다.
1954년 12월 엠아시 레이블과 막 계약을 맺은 그녀는 자신의 첫 앨범 녹음에 들어갔다. 그녀가 노래할 곡은 당시 21세였던 퀸시 존스였는데 그는 그 무렵 트럼펫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던 클리포드 브라운을 세션에 기용했다. 이 트럼펫 연주자는 4일 전에 사라 본의 전설적인 앨범을 녹음한 상태였다. 그렇게 모인 세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이틀에 걸쳐 녹음한 앨범은 재즈사에 길이 남을 명반이 되었다.
헬렌 메릴은 ‘Don’t Explain’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빌리 할리데이의 슬픈 정서를 반영한 듯 하면서도 이를 부드럽게 순화하며 그녀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이러한 신비한 위로의 느낌은 ‘What’s New’, ‘Born To Be Blue’등으로 이어지며 앨범 전체를 지배했다. 그 결과 이 첫 앨범은 지금까지도 그녀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꼽히고 있다.
클리포드 브라운의 트럼펫 연주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보컬만큼이나 둥글고 따스한 톤으로 서정적인 연주에 주력했다. 며칠 전 사라 본과 함께 했을 때와 따스한 톤은 같지만 다른 느낌의 연주였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박스 세트에 함께 수록된 사라 본의 앨범 <Sarah Vaughan With Clifford Brown>을 비교 감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