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제이미 오일러와 피아노 연주자 샘 키버스의 듀오 앨범이다. 색소폰과 피아노의 조합이다 보니 리듬을 안으로 감추고 은밀한 서정이 더 많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보통 듀오 연주를 듣게 되면 두 악기가 서로를 감싸며 마치 사랑스러운 밀어를 나누는 듯 연주하기 쉬운데 이 두 연주자의 연주는 다소 색다르다. 눈을 마주치고 상대의 생각을 읽으며 반응하기 보다는 서로 같은 목적지를 설정하고 각자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평행선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 서로를 감싼다기 보다는 그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렇기에 이 듀오 연주는 달착지근한 낭만이나 뜨거운 하나됨 보다는 관조적인 면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어느 특별한 감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그렇기에 그 맛이 깊고 쉽게 질리지 않는 개성 강한 듀오 연주라 하겠다.
Grace – Jamie Oehlers & Sam Keevers (Jazz Head 2004)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