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 스텐손은 아마 현재 ECM의 여러 피아노 트리오 가운데 키스 자렛과 함께 가장 고참 격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 오랜 활동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보보 스텐손의 연주에는 나이를 알 수 없는 청아함이 특징으로 드러난다. 특히 그가 살짝 우울 모드에서 연주할 때면 그 누구도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그는 안데르스 요르민, 욘 크리스텐센 등과 트리오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폴 모시앙을 흠모하고 있었던 듯하다. 하긴 리듬을 안으로 숨기고 색채감을 마음껏 드러내는 폴 모시앙을 싫어하는 재즈 연주자는 매우 드물다. 아무튼 보보 스텐손은 이번 앨범에서 평소 함께 연주하고 싶어했던 폴 모시앙과 대망의 트리오 연주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의 레인보우 스튜디오를 포기하고 뉴욕 아바타 스튜디오로 달려가는 정성을 보였다.
그렇게 녹음된 이번 앨범은 그의 지난 앨범-연주가 너무 좋아 한 장으로 축소하지 못하고 두 장으로 발매해야 했다던- <Serenity>를 능가하는 서정미와 창조적 긴장을 경험하게 해준다. 특히 트리오 멤버들이 작곡한 곡과 함께 스테펜 손드하임의 “Send In The Clowns”을 필두로 블라디미르 비소스키, 골든 젠킨스, 아리엘 라미레즈, 헨리 푸르셀, 오넷 콜맨 등 시대와 스타일, 장르를 넘어선 다양한 레파토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각 곡들이 모두 보보 스텐손화되어 있어 어떠한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곡들을 녹음하면서 보보 스텐손은 이전보다 더 어두움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듬 역시 안으로 숨겨 움직이기 보다 살짝 흔들리며 아래로 가라앉는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폴 모시앙의 참여가 유발한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 폴 모시앙은 이번 앨범에서 절제된 연주로 색채감만큼 공간감을 살렸다. 정말 그 아니면 할 수 없는 연주의 세계를 다시 한번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