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연주자라면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자신을 새로운 도전 속에 위치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설령 그 음악이 지극히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그런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한 연주자의 신선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배장은을 좋아한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그녀 외의 다른 많은 한국 연주자들이 주목할만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배장은처럼 치열한 전사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를 나는 잘 보지 못했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한국 연주자 머무르지 않고 해외 활동을 통해 여러 연주자들을 만나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녀가 발표한 앨범들 또한 마찬가지다. 단지 연주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녀는 끊임 없이 꿈꾸고 그 꿈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한다. 그 결과 지난 해 발매된 <Mozart & Jazz>같은 역작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다. 트리오 편성에 색소폰 연주자 그렉 오스비가 게스트로 참여한 퀄텟 형식의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 ‘Go’는 전진 외에 그렉 오스비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녹음은 지난 2006년 10월에 된 것이다. 시기상으로 아마 그녀가 그렉 오스비와 함께 EBS Space 공감 공연을 할 때 겸사겸사 녹음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잠깐 만들어진 기회를 틈타 녹음된 앨범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이 앨범은 완성도에 있어 더 찬사를 받아야 한다. 그녀의 활동을 추적하다 2006년 5월 캐나다에서 그렉 오스비와 함께 연주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그 때 이 앨범이 기획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자기 개성이 강한 색소폰 연주자와 그녀의 트리오가 함께 한 연주의 밀도는 오래된 퀄텟 이상이다. 세계적인 연주자와 함께했다는 사실에만 만족하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그와 호흡하고 또한 앨범의 주인으로서 사운드를 이끌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관조적인 그렉 오스비의 매력을 한껏 이용해 그녀는 역동(力動)과 부동(不動)이 조화된 사운드의 정경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여러 복잡한 고려가 깔려 있는 사운드 속에서도 그녀만의 시적인 맛-단순히 서정으로 표현하기 힘든-을 유지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지적인 동시에 감성적이다.
한편 그렉 오스비 또한 그녀와의 연주에 만족했던 모양이다. 이 앨범을 녹음한 후인 2007년 1월 그녀를 불러 미국 공연을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다시 한번 배장은은 한국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