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카산드라 윌슨의 앨범을 접할 때마다 그녀를 보컬리스트의 입장에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전체를 이끌고 결정하는 마일스 데이비스형 기획자로 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것은 그녀의 보컬이 독창적인 색을 지니고 있고 그 자체로서 충분히 생각해 볼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이제는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번 선보이는 그녀의 음악들이 이전과 다른 신선한 느낌을 통하여 탁월한 기획자로서의 윌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녀의 음악은 기존 재즈의 전통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보컬 역시 독자적인 면이 많이 드러난다.
이번 새 앨범도 역시 독특한 그녀의 보컬과 함께 사색적인 음악을 담고 있다. 지난 앨범 <Belly Of Sun>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는 밥 딜란, 머디 워터스, 윌리 넬슨 등 포크, 컨트리, 블루스 계열의 곡들을 그녀의 자작곡과 함께 노래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다른 장르의 곡들을 노래할까? 최근 몇몇 동료들이 재즈의 레파토리를 확장시킨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대중들의 관심을 더 끌어보겠다는 차원에서 팝송 등에서 연주 대상을 발굴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차원일까? 필자는 다른 동료들과 같은 차원에서 타 장르의 곡을 노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그녀의 음악 자체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자작곡은 물론 그녀의 기존 스탠다드의 해석은 무척이나 훌륭하고 맛이 강하다. 따라서 타장르 노래하기는 오히려 그녀의 음악은 재즈가 아니라는 기분 나쁜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윌슨의 다른 장르 노래하기는 다른 동료들이 레파토리를 확장해 나가는 것과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할 것같다. 이를 위해 그녀가 지난 앨범부터 이번 앨범까지 노래하는 다른 장르의 곡들이 기타가 주가 되는 곡들이라는 것을 주의 깊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녀의 음악 역시 기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필연적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그녀가 재즈 외의 컨트리, 포크, 블루스 같은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블루스의 고장 미시시피인 출신데다가 이 앨범의 녹음이 뉴욕 외에 바로 미시시피에서 녹음되었다는 것도 이러한 혐의를 더 강화시킨다.
이렇게 자신의 재즈 외의 음악적 기원을 그녀는 어떻게 이번 앨범 안에서 풀어놓고 있을까? 역시 그녀는 단순히 포크를 포크답게, 블루스를 블루스답게 노래하려 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 앨범 안의 노래들은 카산드라 윌슨에 고유한 스타일을 향해 집결하고 있다. 카산드라 윌슨은 어쨌건 카산드라 윌슨인 것이다! 그 예로 머디 워터스의 “Honey Bee”같은 곡은 그녀의 땀이 날 정도로 무덥고 원초적인 보컬로 인해 오히려 원곡보다 더 깊게 감정선을 건드리고 있다. 이처럼 모든 곡들은 이미 잘 알려진 카산드라 윌슨의 스타일을 따라 기타와 타악기를 중심으로 여백이 많이 드러나도록 편곡되어 그녀의 보컬이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편곡을 통해 파브리지오 소티와 브랜든 로스의 기타 연주가 인상깊게 다가온다. 단속적인 타악기 연주 위를 짧은 프레이징들로 이어나가는 이 두 연주자의 기타는 카산드라 윌슨의 보컬을 이끌기도 하고 그녀에게 밀착하여 보컬을 강화하기도 한다. 실제 퍼시 슬레이지의 곡 “If Loving You Is Wrong”의 감상자를 허무와 슬픔 속으로 몰아넣는 분위기는 비단 윌슨의 비장미 어린 목소리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한편 필자는 분명 그녀의 음악이 재즈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음악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렇게 자기 음악의 시원을 차례로 밝히고 음악 구성 역시 보다 더 단순하게 가져가는 것이 음악적으로 그녀가 과거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진실한 마음으로 아무런 사심없이 그저 표현하고 싶은 내면의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래했었던 시기를 동경한다는 것이다. 이 앨범의 새로운 분위기와 함께 보컬을 통해 드러나는 원초적인 맛이 정말 그녀가 순수했던 과거에 매혹당했음을(glamoured)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