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찰스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새 1년하고 6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사망 직후 이어졌던 추도의 물결과 이런저런 헌정 앨범의 행렬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도 그가 남긴 음악을 들으면 그의 사망이 아쉽게 느껴지곤 한다. 재즈와 블루스에 능통했으며 소울, R&B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그는 분명 거의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대중 음악의 멀티 플레이어였다. 그를 천재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이것을 우리는 그의 유작 앨범이 되어버린 <Genius Loves Company>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당대를 대표할만한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과 함께 한 이 앨범은 레이 찰스의 천재성, 다양한 음악적 소화력을 모두 드러낸 아쉽지만 정말 유작다운 유작 앨범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가 남긴 녹음 가운데 유사한 감동을 담고 있는 앨범이 하나 더 있다면 믿겠는가? 이번에 발매된 <Genius & Friends>앨범이 바로 그 또 다른 앨범이다. 유작 앨범처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쟁쟁한 인물들과 듀오로 노래한 이 앨범은 사실 레이 찰스가 보다 건강했던 1997년과 98년에 녹음된 것이다. 즉, 그의 유작 앨범보다 훨씬 전에 녹음한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생전에 레이 찰스는 이 녹음을 잃어버렸다고 전해진다. 만약 그가 이 녹음을 제대로 보관하고 있었다면 <Genius Loves Company>앨범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뒤늦게 그가 애타게 찾았던 이 음원들은 깨끗한 상태로 다시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뒤에 하나의 환영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 앨범을 들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레이 찰스의 위대함에 감동하고 그의 부재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 앨범을 위해 레이 찰스의 부름을 받은 인물들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으며 또 각기 개성있는 스타일로 많은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인물들이다. 앤지 스톤을 필두로 조지 마이클, 메리 제이 블리지, 글래디스 나잇, 존 레전드, 알리시아 키스, 로라 포시니 등 현재 대중 음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보컬들이 대거 참여 했다. 그리고 레이 찰스는 폭 넓은 아량으로 자신의 음악, 사운드에 이들을 넣으려 하기 보다는 직접 그들의 음악 속에 들어가 자신만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그래서 그 모든 듀엣은 상당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말 <Genius Loves Company>에 황홀해 했던 감상자라면 이번 앨범에서도 같은 감동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