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tion – Gary Burton (Concord 2004)

gb   필자는 이번 6월 6일에 펼쳐질 게리 버튼의 공연 해설을 쓰면서 게리 버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의 젊음이라고 피력했다. 실제로 현재 게리 버튼은 비브라폰의 대가를 넘어 현대 재즈의 명인 중 하나로 인정 받을만한 자리에 올랐지만 아무도 그에게서 흰 수염이 난 도인의 이미지를 찾지 않는다. 70년대 칙 코리아, 팻 메스니의 도움으로 새로운 재즈의 영역을 향해 전진했던 개척자의 모습은 이미 60을 훌쩍 넘긴 현재에도 유효하다.

사실 이러한 젊은 연주자의 이미지는 언제나 새로운 방향에 열려 있는 태도와 그 결과 신선함을 잃지 않는 그의 음악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게리 버튼은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찾아 냈으며 또 어떤 방식으로 음악적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연주자들을 통해서였다. 재즈 자체가 다양한 연주자들의 이합집산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 우연적 필연을 만들어 왔던 만큼 게리 버튼에게도 이러한 새로운 연주자들과의 만남은 매우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게리 버튼의 경우 기존 연주자들보다 당시에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상태에 놓여 있었던 신인들을 통해서 새로운 활기를 얻었다는 것이 다르다. 데뷔 앨범부터 색다른 음악을 선보였었던 게리 버튼이 과거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나, 아트 블레이키, 그리고 최근의 엘빈 존스가 했었던 새로운 신예들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했었던 포용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새로운 연주자들에게서 새로운 음악적 영감, 활력을 얻는 게리 버튼의 자세는 당시 막 20대에 들어섰던 팻 메스니를 발굴했던 것,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참여하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 마코토 오조네를 스승과 제자로 만나 음악적 동반자의 관계로 승화시킨 것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인들과의 만남에서 게리 버튼은 단지 자신의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는 수단으로 이들을 바라보지 않고 이들에게 영향을 주어 새로운 음악적 길을 열도록 이끄는 지도자의 따스함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1970년대와 80년대 팻 메스니가 속해 있었던 그의 그룹 사운드는 여러 모로 팻 메스니의 음악적 정수와 맞닿아 있으며 최근 탱고와 클래식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콩코드 레이블에서의 활동은 마코토 오조네의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그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이번 앨범에 당당히 게리 버튼의 상대로 참여하고 있는 기타 연주자 줄리안 라게(Lage의 정확한 발음을 필자도 잘 모르겠다.)를 통해 확인된다. 앨범 내지의 소개에서도 나와 있듯이 이 기타 연주자는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1988년생의 어린 연주자다. 하지만 톤 컬러나 프레이징의 전개에 짐 홀(과 팻 메스니)의 영향이 느껴지는 그의 기타 연주는 단순히 기대주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나이에 걸맞지 않는 원숙한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의욕과잉으로 연주를 과장하는 경우도 없다. 상대의 연주를 경청하며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연주를 투영시킬 줄 아는 여유도 지녔다. 이것은 그의 작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반적으로 줄리안 라게의 존재감은 게리 버튼의 1976년도 녹음 <Passengers>앨범에서 수줍은 듯하면서도 예리한 감수성을 드러냈던 어린 팻 메스니를 떠올리는 면이 있다.

이러한 줄리안 라게의 참여로 앨범의 전체 사운드는 다양한 기타 연주자와 활동하던 그의 7,80년대 그룹 연주와 마코토 오조네와 보여주었던 최근 콩코드 레이블에서의 연주를 종합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하나의 방향을 설정하고 각 연주자들이 이를 향해 매진하는 그룹 연주 속에서 최근 연주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담백하고 어쿠스틱한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돋보이는 사운드다. 여기에는 솔로 연주자와 반주자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마코토 오조네의 조력을 배놓을 수 없다. 한편 앨범에서 연주되고 있는 곡들 역시 칼라 블레이, 스티브 스왈로우, 팻 메스니, 마코토 오조네, 줄리안 라게로 이어지는 다양한 세대의 곡들이 고르게 섞여 게리 버튼의 과거부터 현재를 자연스럽게 조망하게 만든다. 앨범의 타이틀이 <Generations> 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게리 버튼이 앞으로 이 편성을 정규 그룹처럼 이끌고 활동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 줄리안 라게와 더 녹음을 할 것인지 아직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게리 버튼의 음악이 다시 변화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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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이번 6월 6일에 펼쳐질 게리 버튼의 공연 해설을 쓰면서 게리 버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의 젊음이라고 피력했다. 실제로 현재 게리 버튼은 비브라폰의 대가를 넘어 현대 재즈의 명인 중 하나로 인정 받을만한 자리에 올랐지만 아무도 그에게서 흰 수염이 난 도인의 이미지를...Generation – Gary Burton (Concord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