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한국 재즈 연주자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사항으로 꾸준함을 언급하곤 한다. 이 꾸준함은 연주 활동 외에 앨범 활동의 꾸준함도 의미한다. 사실 한국에서 재즈 앨범을 녹음하고 발매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한국적 상황을 떠나서도 꾸준한 앨범 활동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히 음악적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그에 맞는 자신의 연주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한국 재즈 앨범 발매의 현 상황을 보면 몇 해 전부터 많은 한국 재즈 연주자들이 첫 앨범을 발매하고 있지만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그저 외국에서 공부한 것을 정리한 졸업 작품 식의 앨범 이후 소식이 없다. 그러나 송영주의 경우는 다르다. 그녀는 2006년 <Turning Point>이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해 왔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Jazz Meets Hymns>, <Jazz Meets Christmas>처럼 오래 전에 녹음된 것도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해도 일 년에 한 장씩은 꾸준히 앨범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의 앨범들은 모두 새로이 발전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번 그녀의 정규 세 번째이자 통산 다섯 번째가 되는 앨범 <Free To Fly>도 마찬가지다.
지난 앨범에 이어 드럼 연주자 퀸시 데이비스와 공동 제작을 한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그녀의 자작곡과 스탠더드 곡의 관계가 역전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까지 그녀는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을 중심으로 앨범을 녹음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스탠더드 곡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변화를 두고 어쩌면 사람들은 스탠더드 곡들을 먼저 연주하고 이어 자작곡을 연주하는 것이 발전의 모습이 아닌가? 그렇다면 순서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물론 일반적 시각에서 그리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스탠더드 연주를 가볍게 생각했을 때의 이야기다. 사실 스탠더드를 연주하는 것은 상당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너무나도 익숙한 곡들로 선배 연주자들이 가지 않은 길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선배들과 이런 점에서 다르다. 나의 개성은 이렇게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이전 두 장의 앨범에서 자신의 감성에 맞는 곡을 직접 만들어 연주한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 이르러 스탠더드 곡을 연주한 것은 이제 어떤 텍스트이건 간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주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 그녀가 앨범에서 들려주는 스탠더드 곡들을 살펴보라. 모든 곡들이 신선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선함은 이해하기 어렵게 연주를 해서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 식대로 연주를 한데서 오는 신선함이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주를 한 데서 신선함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녀의 앨범들을 감상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앨범을 들으며 송영주니까 이렇게 하는 구나 라고 말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녀는 자신을 참 잘 아는 연주자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녀를 그녀이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탁월한 멜로디 감각이다. 이것은 이번 스탠더드 연주를 통해 보다 더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테마의 분위기를 받아 새롭고 산뜻한 멜로디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는 능력은 감탄할만하다.
한편 이번 앨범을 통해 드러난 송영주의 또 다른 매력은 커다란 변화나 충격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박하게 조금씩 앞으로 전진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조급하지 않은 장기적인 시선과 믿음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송영주의 음악에 관심을 두고 기대를 갖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