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의 기타 연주자로 잘 알려진 도미닉 밀러의 새로운 앨범이다. 언제나 그의 음악은 홀로 있는 새벽을 그리듯 내성적인 면이 강하다. 이번 새 앨범도 마찬가지다. 신디사이저의 잔잔한 흐름을 배경으로 공간적 깊이가 느껴지는 투명한 그의 기타가 흐르는 내내 어쩌면 도미닉 밀러 본인
도미닉 밀러는 스팅 밴드의 멤버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스팅의 내한 공연 시에도 함께 와 멋진 기타 연주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스팅 밴드의 기타 연주자가 아니라 스팅 음악의 주요부분을 책임지는 음악적 동반자이기도 하다. 예로 스팅의 히트곡 “Shape Of My Heart”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세계 투어를 다니며 공연을 펼치는 스팅 밴드를 벗어난 도미닉 밀러의 모습은 상당히 조용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의 음악이 내향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 언급한 “Shape Of My Heart”만 해도 그렇지 않았던가? 아무튼 지금까지 도미닉 밀러가 녹음한 솔로 앨범들은 모두 개인적이고 은밀한 정서가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화려한 기타 연주보다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 귀에 들어온다. 이번에 소개되는 <Fourth Wall>에서도 반복된다. 2002년 또 다른 기타 연주자 닐 스테이시와 함께 했던 <New Dawn>, 그리고 클래식 곡들을 연주했다는 2003년도 앨범 <Shapes>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자신만의 음악으로 채운 앨범으로서는 네 번째 앨범에 해당하는 이번 앨범은 시종일관 도미닉 밀러 특유의 차분함으로 가득하다. 신디사이저의 잔잔한 흐름을 배경으로 스테레오 채널을 잘 활용한 그의 기타가 만들어 내는 심리적이고 공간적인 분위기는 ‘나는 화려함보다 그저 차분하게 기타를 튕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질감은 다를지 몰라도 전체적인 음악적 분위기가 팻 메스니의 <One Quiet Night>(Warner 2003)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팻 메스니가 고독한 밤을 이야기했다면 도미닉 밀러는 더 깊어 새벽으로 향하는 시각을 그리는 듯하다.
이렇게 개인적인 차분함이 앨범의 기조를 이루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앨범은 그룹 앨범이다. 실제 앨범의 사운드는 도미닉 밀러의 기타 외에 아닌 도미닉 밀러의 신디사이저, 데이빗 히스의 셀틱 플루트, 그리고 아들 루퍼스 밀러와 딸 미스티 밀러의 아름다운 허밍 코러스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역시 스팅 밴드 출신으로 도미닉 밀러와 달리 이제는 세계적 스타의 길을 걷고 있는 크리스 보티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 앨범의 사운드에는 보이지 않는 연주자로 도미닉 밀러의 팬들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것은 도미닉 밀러가 녹음 과정을 블로그에 공개하고 팬들의 반응을 꾸준히 참조하며 앨범을 제작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미닉 밀러 만의 개인적인 사운드는 오히려 객관적인 반응에 의해 만들어졌다 할 수 있겠다. 또 그러하기에 그의 내면적인 음악은 보다 쉽게 감상자들의 내면을 건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 그리고 이 앨범에는 크랙 데이빗이 “Shape Of My Heart”의 기타 리프를 샘플링하고 스팅까지 불러 만들었던 “Rise & Fall”과 역시 스팅의 히트 곡 가운데 하나인 “La Belle Dame Sans Regret”의 새로운 보컬 버전이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어 있어 흥미를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