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레온하트는 60년대에 등장한, 그리고 이미 60을 훌쩍 넘긴 노장이지만 최소한 국내에서는 그렇게 많이 알려진 연주자는 아니다. 이것은 그가 연주하는 악기가 베이스이기 때문에 더하다는 생각인데 실제 그가 최근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아노 연주자 중의 한 사람인 에디 히긴즈의 트리오에서 베이스를 연주한다고 말한다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에디 히긴즈 외에 리 코니츠, 짐 홀 등의 여러 명인들과 연주를 펼치면서 80년대에 이르러 리드 앨범을 녹음할 수 있었는데 뒤늦게 물을 만난 듯 2,3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자신의 리드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베이스 연주의 명인 레이 브라운에 헌정하는 앨범이다. 그런데 레이 브라운에 대한 헌정은 단지 레이 브라운의 위대한 베이스 연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들려주었던 사운드 전체에 대한 헌정을 의미하는 듯싶다. 그것은 무엇보다 악기 편성에서 드러나는데 실제 그는 레이 브라운이 주로 사용했던 피아노, 베이스, 기타의 편성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연주자의 구성 역시 같은 관점에서 레이 브라운의 음악을 제대로 재현할만한 인물들을 선택했다. 피아노의 베니 그린과 기타의 조 콘은 모두 젊은 연주자들이지만 과거의 유산을 제대로 소화하고 이를 새롭게 재현해 낼 줄 아는 복고성향의 연주자들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두 연주자들은 제이 레온하트의 의도에 충실하여 전통적인 연주 소재들을 그대로 사용하여 음악에 생생한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한편 제이 레온하트의 베이스 연주는 묵직하면서도 편안한 톤 컬러로 스윙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 역시 상당부분 레이 브라운의 스타일과 상통하는 것으로 만약 레이 브라운이 들었다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을 지도 모른다. 한편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은 레이 브라운에 대한 헌정 여부와 상관없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정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세 연주자의 마냥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심각하지도 않은 담백한 스탠더드 연주들은 재즈의 고전적 낭만성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앨범을 감상하다 보면 익숙한 고전을 듣는 듯한 안락함에 빠지게 된다. 혹시 이것이 제이 레온하트가 가장 추모하고픈 레이 브라운의 모습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