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테렌스 블랭차드의 이번 앨범은 미국의 주류 재즈를 지속적으로 들어온 감상자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테렌스 블랭차드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 나 역시 이번 앨범에 상당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이 앨범에 담긴 음악적 공간은 거의 모든 미국 재즈에서 상정했던 미국식 공간, 그러니까 블루스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재즈 이디엄의 지배를 받는 공간이 아니라 무한으로 자유로운 세계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얼마나 되는 감상자가 이 앨범이 테렌스 블랭차드의 앨범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이번 앨범에서 테렌스 블랭차드는 마음먹고 하나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프리카, 동유럽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며 진행된다. 이런 이국적인 사운드에는 미국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미국의 재즈 트럼펫의 핵심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런 식의 연주를 한다면 일종의 표변(豹變)이 아닐까?
그렇게 비추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변화가 변화에 그치지 않고 완성된 명확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 많은 사람들은 허비 행콕의 제작을 담당했다는 점을 이유로 생각할지 모른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런 사운드의 변화는 기타, 보컬 등을 담당한 리오넬 루에케의 다양한 재능의 힘이 크다. 한 때 팻 메스니 그룹에서 리차드 보나가 큰 역할을 하며 팻 메스니 그룹의 사운드를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 리오넬 루에케 또한 테렌스 블랭차드가 새로운 영감으로 새로운 모험을 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이 앨범은 지난 앨범 <Bounce> (Blue Note 2003)에 이은 테렌스 블랭차드의 새로운 전환을 의미하는 중요한 앨범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