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 푸림의 음악을 정의 한다면 기본적으로 라틴 재즈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사실 그녀의 음악은 이것만으로는 제대로 정의가 안 된다. 왜냐하면 라틴 재즈적 색채만큼 일렉트릭 사운드가 중심이 되는 퓨전 재즈 또한 그녀의 음악의 주된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그녀가 브라질 출신이지만 실제 주된 음악 활동은 뉴욕을 중심으로 해왔다는 것, 그래서 그녀와 함께 한 연주자들이 브라질 쪽 보다는 미국 쪽 연주자들이 많았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녀와 함께 한 연주자들은 칙 코리아를 필두로 길 에반스, 스탄 겟츠 등의 미국 연주자들이 주를 이룬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플로라 푸림은 라틴 재즈를 노래하지만 다른 라틴 재즈와는 다른 푸림만의 독특한 라틴 재즈를 들려준다.
이것은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된다. 리듬이나 사운드의 질감에 있어 기본적으로 라틴적 색채가 지배하고 있지만 종합적 결과물은 라틴 보다는 퓨전 재즈라 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 음악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이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만 하더라도 미국과 브라질 연주자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Less Than Lovers 같은 곡은 라틴적인 색채 대신 롹적인 퓨전 음악의 색채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 다른 기타 곡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그녀와 함께 작업한 스틸 팬 연주자 앤디 나렐이 몇 곡에서 카리브해 풍의 시원함을 사운드에 불어넣고 있지만 어떤 일반화된 정의로 앨범의 사운드를 한정하기란 매우 힘들다.
특히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은 플로라 푸림의 음악이력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해야 하는 곡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라틴 리듬의 화려함과 변화무쌍한 색채감에 힘을 얻어 노래해 온 플로라 푸림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명상적인 느낌으로 곡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운드 역시 다소 진보적인 느낌까지 주는데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과 비교해 보아도 타이틀 곡의 존재감은 매우 색다르다. 그래서일까? 편안한 앨범의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유달리 이번 앨범은 귀를 쫑긋 세우고 감상하게 감상자를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