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케틸 뵤른스타드는 탄탄한 클래식적인 지식과 섬세한 내면적 감수성을 기본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그는 크게 두 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앨범을 녹음해 왔는데 그것은 먼저 첼로 연주자 데이비드 달링과 함께 해 온 물에 관한 연작 녹음을 들 수 있고 다음으로 경건한 성심(聖心)을 표현한 녹음을 들 수 있다.
이번에 새로이 소개되는 <Floating>은 여러모로 그의 이전 앨범들과 다른 동시에 종합적인 면을 들려준다. 일단 무엇보다 먼저 이 앨범이 모처럼 트리오 편성으로 녹음되었다는 사실이 반갑게 다가오는데 팔레 다니엘손(베이스)과 마릴린 마주르(타악기)가 참여했다. 이 두 연주자는 보이지 앉는 듯한 느낌으로 수채화 같은 케틸 뵤른스타드의 피아노를 감싸준다. 그런데 찰찰 거리는 드럼을 배경으로 흐르는 피아노의 영롱한 멜로디와 그 투명한 질감은 물의 음악과 경건한 상승의 의지로 구분되는 케틸 뵤른스타드의 음악을 하나로 묶는 사이 음악으로 들린다. 그래서 비록 앨범의 표지는 가을 하늘에 흔들리는 자연의 묘사지만 사운드는 물과 하늘 사이를 부유(浮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 앨범에는 케틸 뵤른스타드의 솔로 연주곡도 상당수 들어 있다. 리듬 파트의 도움 없이 피아노 솔로 연주를 할 때, 그 중간자적인 느낌, 유동적인 느낌은 한층 더 애절하고 간절한 것으로 다가온다. 마치 무엇인가를 애타게 희구하듯 그의 차분한 피아노 연주는 감동적인 멜로디의 흐름으로 상승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실 지금까지 케틸 뵤른스타드는 하나의 이미지, 공간이 강조되는 사진 같은 연주를 펼쳐왔다. 그러나 유려한 멜로디의 가세로 이번 앨범에 담긴 사운드는 움직임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 멜로디의 흐름과 정서적 느낌을 따라가노라면 최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토드 구스타프센 트리오가 떠 오른다. 정말 그 조용함과 부드럽고 달콤한 멜로디와 피아노의 질감은 상당히 닮았다. 토드 구스타프센 트리오의 원형이라 해도 좋을 법한 사운드다.
한편 이 앨범은 유명한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레인보우 스튜디오의 새로운 공간에서 한 것인데 ECM사운드라 해도 괜찮을 정도로 음악적 이미지를 유발하는 몽상적 사운드가 상당한 감상의 쾌감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