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가토 바비에리의 음악은 일반적으로 라틴 재즈에 해당하지만 라틴 재즈 속에서 그의 음악은 다소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다. 다른 라틴 재즈 연주자들이 라틴 음악의 화려함을 지키며 재즈적 즉흥성을 표출하려 했던 것에 반해 바비에리는 라틴 음악에 진지한 열정으로 재즈의 원초적 성질이라 할 수 있는 아프리카적인 색채를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로 라틴 재즈라 할 수 있는 그의 음악에는 언제나 주술적인 환상성이 존재한다. 1971년에 발표한 이번 앨범은 불사조라는 그 타이틀처럼 끊임없이 도약하려는 바비에리의 색소폰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 특히 당시는 퓨전 재즈가 막 등장하고 있던 때였기에 바비에리 역시 아프로 라틴 사운드 외에 일렉트릭 악기가 표현하는 새로운 질감에도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 생경한 맛은 더 강하다. 특히 우주적이고 몽환적인 퓨전 펑키 사운드를 지향했던 키보드 연주자 로니 리스톤 스미스의 참여는 바비에리 사운드에 이국적 정열을 강화시킨다.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를 녹음하기 이전 그의 음악을 대표할 수 있는 역작임을 새삼 느끼게 되는 앨범이다. 따라서 RCA Victor의 골드 시리즈에 이 앨범이 포함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Fenix – Gato Barbieri (RCA Victor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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