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메이번의 비너스 레이블에서의 두 번째 앨범이다. 그 누가 되었건 비너스 레이블에서 녹음하면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달콤해 진다. 하지만 메이번만큼은 최근의 비너스 레이블의 피아니즘과 다소 어긋나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보다 자기만의 것이었다고 할까? 비너스가 추구하는 쉬우면서 듣기 편한 사운드를 따르는 대신 보다 더 복고적이면서 연주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사운드를 들려주었었다. 이것은 이번 앨범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어찌 보면 전작에 비해 보다 부드러워졌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녹음에서 드러났었던 지난 앨범의 문제점들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자작곡과 함께 익숙한 멜로디들을 연주하고 있는 이번 앨범은 아무런 제약 없이 50년대 하드 밥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 있다. 피아노가 부서질 것만 같은 강력한 메이번의 타건과 결코 조용히 머무르지 않는 두 리듬섹션 연주자들의 화려한 존재감은 Made In Venus, Made In Japan의 상표를 완전히 떼어버리지는 못했지만 비너스의 기본 방향에서 매우 독자적인 면을 들려주고 있다.
Fantasy – Harold Mabern Trio (Venus 2004)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