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라폰 연주자 스테폰 해리스가 아우르는 음악 영역은 매우 넓다. 클래시컬한 시정의 표현부터 에너지로 충만한 전형적인 포스트 밥 사운드까지 그의 비브라폰은 다양한 연주 상황에 효율적으로 반응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키워 왔다. 분명 그의 비브라폰 연주는 게리 버튼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재즈의 시대를 이끌어갈 연주자로 생각하기에는 충분하다. 이번에 발매된 그의 6번째 앨범은 그의 이력에서 가장 돋보이는 음악들을 담고 있다. 앨범 타이틀의 의미하는 것처럼 <진화>가 완성된 스테폰 해리스를 담고 있다고 할까? 이 앨범에서 그는 그 동안 탐구해왔던 그만의 재즈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포스트 밥의 열기가 느껴지면서도 에너지를 과잉 방출하지 않으며 클래시컬한 서정미를 표현하면서도 리듬을 포기하지 않고 전통적 연주의 즐거움을 드러내면서도 현대적 일렉트로 사운드의 방법론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그의 음악은 그저 스테폰 해리스식 재즈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정도로 기존의 여러 스타일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그만의 색을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편 솔로 연주자로 돋보이기 보다 블랙아웃의 4멤버와 함께 탄탄한 그룹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도 이 앨범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Evolution – Stefon Harris & Black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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