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를 연주하는데 연주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탁월한 멜로디적인 감각이 요구될 것이다.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러나 뛰어난 발라드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단지 느린 템포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을 안으로 감추는 기술, 절제와 여유의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그래서일까? 폭발적인 프레이징을 들려주던 연주자들의 발라드일수록 우리는 더 큰 감동을 받곤 한다.
언제나 첨예한 연주적 경향을 표출했던 색소폰 연주자 브랜포드 마샬리스의 이번 앨범 <Eternal>은 바로 이러한 열정을 절제하고 여유로이 멜로디를 흐르게 하는 발라드 앨범의 모범으로 생각해도 좋을 만하다. 자신의 레이블 마샬리스 레이블을 통해 지난 2004년 발매했던 이 앨범의 수록곡 모두는 부드러운 발라드다. 스탠더드와 자작곡이 함께 하고 있는데 이 곡들을 브랜포드 마샬리스는 이전의 폭발할 듯한 열정을 안으로 감추고 명상적이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차분한 톤과 멜로디로 일관한다. 그리고 자신의 리더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연주자들과 책임과 자유를 함께 나누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실제 피아노의 조이 칼데라조를 중심으로 멤버들이 보여주는 우아하고 안정적인 앙상블은 각 발라드 곡들이 감상자의 감정선을 살짝 건드리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묵직한 여운으로 가슴에 직접 들어오는 주요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모든 곡들이 넉넉한 호흡으로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연주된다는 것도 사운드의 매력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오래 두고 들을만한 발라드 앨범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로 존 콜트레인의 <Ballads>(Impulse 1962)에 견줄만한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