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많은 감상자들은 이 앨범을 듣기 전에 Heads Up이란 레이블과 70년대를 연상시키는 에스페란사 스폴딩의 머리 모양을 보고 흥겨운 펑키 재즈를 기대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앨범에 담긴 음악은 펑키 재즈와는 전혀 다르다. 1984년 생으로 여성으로는 드물게 (어쿠스틱) 베이스를 연주하는 에스페란사 스폴딩은 이미 마커스 밀러, 조 로바노, 팻 메스니와 협연을 하기도 했던 젊은 유망주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두 번째 앨범으로 베이스 연주 외에 노래까지 불렀다. 그런데 그 노래 실력이 베이스 실력을 압도할 만큼 뛰어나다. 기교보다는 원초적인 순수성을 느끼게 해주는 목소리로 묵직한 베이스와 강한 대조를 이루며 색다른 매력을 풍기는 노래를 들려준다. 그래서 그녀를 베이스 연주자가 아닌 보컬로 생각해도 좋겠다 생각된다. 그러나 앨범의 매력은 단지 그녀의 보컬이나 베이스 연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녀가 곡을 만들고 전체를 지휘하며 만들어 낸 사운드에 있다. 바다 냄새가 물씬한 라틴의 향취가 강한 트랙부터 강력한 에너지로 넘치는 포스트 밥이 멋지게 결합된 사운드는 최근 만나기 힘들었던 신선한 정서를 유발한다. 신인의 신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성숙한 재능을 드러냈다고나 할까? 사운드와 연주자로서의 표면 모두에 있어 상당히 빼어난 앨범이다.
Esperanza – Esperanza Spalding (Heads Up 2008)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