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특히 가을 들어 우리 한국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이 소화하기 벅찰 정도로 많이 발매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연주자들이 꿈을 키우며 해외로 나가 공부를 한 그 결실이 요즈음 맺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가운데 존 남의 앨범은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다. 남경윤이라는 한국명을 지닌 이 젊은 피아노 연주자의 앨범은 해외에서 발매되어 수입의 형태로 국내에 소개된다. 그러니까 한국에서의 활동 판매 자체를 목적에 두지 않은, 오로지 미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의도로 녹음된 앨범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존 남이 10대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그 곳에서 음악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히로미의 경우와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제작 자체부터 독특한 앨범인데 그 음악도 수준이 상당하다. 지난 해 가을 2주 간격으로 각기 다른 트리오와 퀄텟을 이끌고 녹음한 앨범은 현대적인 포스트 밥 사운드를 들려준다. 주로 자작곡을 연주하고 있는데 클래식을 비롯한 여러 음악을 경험한 피아노 연주자의 이력이 곡들에서 드러난다. 특히 그의 피아노 연주는 복잡하고 빠른 연주가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산뜻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명쾌하고 정확한 리듬감이나 발라드에서의 솔로의 전개, 작곡에서 돋보이는 상상력 등에서 그저 쉽게 볼 연주자는 아님을 확연하게 인식시켜 준다. 여기에 그와 함께 하고 있는 멤버들과의 호흡도 뛰어나다. 그 중 두 개의 퀄텟 가운데 바이올린이 참여한 편성이 있다는 것이 다소 의외인데 피아노의 질감과 살짝 어긋나지 않나 생각되면서도 그 호흡과 솔로 연주만큼은 매우 뛰어나다.
사실 이 앨범은 미국에서 발매가 되기는 했지만 거의 자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므로 아직 남경윤이라는 피아노 연주자가 존 남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재즈 피아노 연주자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정도의 실력과 음악적 상상력이라면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진심으로 그의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