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베이스 연주자 스테판 베르트랑의 이번 3번째 앨범은 상당히 매혹적인 음악을 담고 있다. 그 매력은 다름 아닌 스테판 베르트랑의 감각적인 영화적 상상력에 있다. 그것은 단지 앨범에 칸느나 (Ville De Lumières) 일본의 배우이자 감독인 키타노 다케시 (Beat Takeshi)를 소재로 한 곡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적당히 부유하는 아주 익숙한 코드 진행과 가라앉는 듯한 일렉트로 리듬과 그 위를 흐르는 따스한 트롬본이나 동그란 베이스 솔로 연주에 담긴 멜로우한 서정미가 미래주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비정한 도시의 고독을 또렷하게 연상시킨다는데 영화적 상상력의 매력이 있다.
한편 스타일 면에 있어 트롬본, 기타, 건반, 베이스 그리고 드럼 대신 컴퓨터 시퀀싱이 사용된 그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일렉트로 재즈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이다. 실제로 살짝 딜레이가 걸린 트롬본, 분위기를 이끄는 키보드, 다양하게 흔들리는 일렉트로 리듬 등은 상당한 수고 뒤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자적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앨범은 영화적 상상력과 맞물려 어쿠스틱 연주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이러한 순화된 일렉트로 사운드의 느낌은 무엇보다 헤드 룸 없이 빡빡하게 스피커를 채운 듯한 일반적인 전자 사운드와는 다른 단단하면서도 공간적 여유가 느껴지는 사운드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종종 전자 사운드에서 받곤 하는 귀의 피곤함이 이 앨범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