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새로운 시대의 재즈로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는 일렉트로 재즈는 최근 상당한 오해의 시기를 겪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일렉트로 재즈를 단순한 방법론으로 생각하고 여러 음반사에서 리믹스 DJ 중심의 앨범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체로도 충분한 감상의 묘미가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리듬, 새로운 질감에 대한 욕구에서 시작된 일렉트로 재즈의 본심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실력 있는 일렉트로 재즈 연주자들이 등장하고 있어 반갑다. 이번에 소개되는 After In Paris도 이러한 반가운 등장에 해당한다. 여러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3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이 트리오는 현존하는 다양한 테크노적인 성향을 재즈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재창조해 내고 있다. 특히 그 재창조의 과정에서 영화적 상상력이 가장 큰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시각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취향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황량한 도시의 야경부터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미래적인 공간 속에서 시각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것이 일렉트로 재즈의 이미지와 아주 잘 부합된다. 특히 전자 사운드임에도 다채롭게 변화하고 움직이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는 2004년에 만난 일렉트로 재즈의 모범이라 할만하다. 한편 이 트리오는 보컬과 색소폰을 담당하는 클래르 미카엘이라는 여성이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존재감은 음악적 특성이나 분위기 모두에서 헬렌 에릭센을 연상시킨다. 비교 감상할 가치가 있다.
Emotional – After In Paris (Night Bird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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