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food – Roy Hargrove (EmArcy 2008)

RH

2000년대 로이 하그로브의 음악적 화두는 일렉트로 펑키 재즈였다. 그는 스스로 그룹 RH Factor의 리더가 되어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새로운 질감의 펑키 재즈를 선보였다. 그런데 평소 첨예한 포스트 밥 사운드를 대표했던 그의 이런 변화는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또 그만큼 논란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세기가 바뀌면서 생긴 유행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작 당시에는 하나의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기도했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조슈아 레드맨,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 등 그와 유사한 시도를 했던 연주자들이 다시 어쿠스틱의 세계로 돌아간 것처럼 로이 하그로브 역시 지난 2006년 RH Factor의 이름으로 녹음한 <Distractions>와 함께 포스트 밥 성향의 앨범 <Nothing Serious>를 동시에 선보이며 다시 어쿠스틱 사운드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새 앨범을 통해 이를 강조하려는 듯하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어깨의 힘을 뺀 사운드에 있다. 사실 로이 하그로브는 매 앨범들마다 음악적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보다는 밴드 자체의 편안한 흐름을 드러내는 데만 주력할 뿐이다. 평소 공연을 함께 했던 워킹 밴드와 앨범을 녹음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렇게 힘을 빼고 편안하게만 연주한 것이 오히려 새로운 결과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서정적인 멜로디, 그것도 간결하고 산뜻한 멜로디를 뽑아내는 로이 하그로브는 분명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다. 게다가 피아노의 코드 진행 또한 상당히 수평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보다 멜로디에 가까운 면을 보인다. 류 솔로프의 연주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는“Starmaker”, 프랑스 파리의 한 구역을 주제로 화창한 정서로 진행되는 “Strasbourg St. Denis”같은 곡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색소폰의 저스틴 로빈슨과 만들어 내는 조화는 과거 마일스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의 경우만큼이나 강렬한 대비효과를 만들어내면서 사운드의 전체적 앙상블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그런데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최근 그의 일렉트로 펑키 사운드 활동이 전반적인 로이 하그로브의 음악에 큰 변화를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한마디로 포스트 밥 사운드이지만 쿨한 면을 지녔다고나 할까? 포스트 밥 사운드지만 이전과 다른 보다 감상자 친화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로이 하그로브의 새로운 대중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앨범으로 남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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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로이 하그로브의 음악적 화두는 일렉트로 펑키 재즈였다. 그는 스스로 그룹 RH Factor의 리더가 되어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새로운 질감의 펑키 재즈를 선보였다. 그런데 평소 첨예한 포스트 밥 사운드를 대표했던 그의 이런 변화는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또 그만큼 논란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세기가 바뀌면서 생긴...Earfood - Roy Hargrove (EmArcy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