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로이 하그로브의 음악적 화두는 일렉트로 펑키 재즈였다. 그는 스스로 그룹 RH Factor의 리더가 되어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새로운 질감의 펑키 재즈를 선보였다. 그런데 평소 첨예한 포스트 밥 사운드를 대표했던 그의 이런 변화는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또 그만큼 논란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세기가 바뀌면서 생긴 유행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작 당시에는 하나의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기도했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조슈아 레드맨,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 등 그와 유사한 시도를 했던 연주자들이 다시 어쿠스틱의 세계로 돌아간 것처럼 로이 하그로브 역시 지난 2006년 RH Factor의 이름으로 녹음한 <Distractions>와 함께 포스트 밥 성향의 앨범 <Nothing Serious>를 동시에 선보이며 다시 어쿠스틱 사운드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새 앨범을 통해 이를 강조하려는 듯하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어깨의 힘을 뺀 사운드에 있다. 사실 로이 하그로브는 매 앨범들마다 음악적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보다는 밴드 자체의 편안한 흐름을 드러내는 데만 주력할 뿐이다. 평소 공연을 함께 했던 워킹 밴드와 앨범을 녹음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렇게 힘을 빼고 편안하게만 연주한 것이 오히려 새로운 결과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서정적인 멜로디, 그것도 간결하고 산뜻한 멜로디를 뽑아내는 로이 하그로브는 분명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다. 게다가 피아노의 코드 진행 또한 상당히 수평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보다 멜로디에 가까운 면을 보인다. 류 솔로프의 연주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는“Starmaker”, 프랑스 파리의 한 구역을 주제로 화창한 정서로 진행되는 “Strasbourg St. Denis”같은 곡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색소폰의 저스틴 로빈슨과 만들어 내는 조화는 과거 마일스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의 경우만큼이나 강렬한 대비효과를 만들어내면서 사운드의 전체적 앙상블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그런데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최근 그의 일렉트로 펑키 사운드 활동이 전반적인 로이 하그로브의 음악에 큰 변화를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한마디로 포스트 밥 사운드이지만 쿨한 면을 지녔다고나 할까? 포스트 밥 사운드지만 이전과 다른 보다 감상자 친화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로이 하그로브의 새로운 대중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앨범으로 남으리라 생각한다.
와우! 몸을 가만히 둘수가 없네요.^^
귀에 착착 붙습니다~
선명한 앨범이죠 ㅎ Starmaker의 달콤한 고독도 좋구요 ㅎ